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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라클 Nov 22. 2023

돈이 많아도 친구가 없는 이유

거르고 살면 되는 친구의 유형

 한 때 나도 친구가 많았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별로 없다. 나한테 돈빌려달라는 사람을 다 쳐내고 나니 얼마 남지 않았다. 돈을 빌려주기 전까지는 내가 우위에 있지만 빌려주는 순간 내가 갑자기 을의 위치로 간다. 못받을까봐 신경쓰이고 못받으면 언제 줄거냐고 닦달하고 끝까지 안주면 대여금반환청구소송 해야 하고 아주 귀찮다. 내가 내 돈을 빌려줬는데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 반면 내 돈을 빌려간 사람은 그 돈으로 잘 산다. 내가 돈을 안빌려주면 어떤 사람은 ‘그렇게 돈이 많은데 왜 안빌려줘?’라고 묻기도 한다.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돈을 써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많이 버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면 행복하지 않다. 그것이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이유다.

 자기가 만나자고 해놓고 당연하게 내가 밥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쳐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계산할 때 내가 돈이 많으니까 당연히 내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불쾌하지만 그냥 내가 냈는데 나중에는 그게 사람을 확실하게 거를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되어 오히려 편했다. 처음에는 내가 내는 식사비가 아까웠지만 나중에는 사람을 판단할 시간과 노력을 절감해 주는 쓸모있는 돈이 되었다. 반대로 본인이 만나자고 했으니 본인이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다음 번에 반드시 내가 보자고 해서 맛있는 걸 사준다. 나이들수록 이렇게 친구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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