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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미녀 Jun 17. 2021

뭘 바랐던 걸까, 나는.





대표님 호출. 

이전과는 다르게 빈 손으로 올라간다. 받아 적을 것은 없다.


대표님께서 입을 떼신다. 

"많이 힘들었지?"


네.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이 부침을.

실무부터 착착 밟아 올라가셨으니, 아시겠죠? 

아닐까요, 나처럼 중도하차하는 패배자와는 다른, 대표님은 다르셨을까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없다. 말로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어필해보더라도 모른다. 설령 같은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더라도, 그때의 사람과 시간과 공간은 지금과 다르기에. 남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표님 면담에선 예상한 만큼의 대화가 오간다. 예상했던 결과로 끝맺는다. 그리고 예상과 다르게 나를 모르신다. 

대표실 문을 닫고 나오는 나에게는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 허전하지도, 괴롭지도, 아쉽지도, 시원하지도 않다. 그냥 그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이제부터 다음 주까지 

주변 정리를 시작하고,

퇴직원을 올리고, 결재를 받는다.


사람들의 축하 또는 우려로,

퇴직일을 맞는다. 

(아마도) 방긋 웃으며 뒤돌아선다. 들고 나온 짐을 차 뒷좌석에 싣고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끝.


11년은 그렇게 끝. 




뭘 바랐던 걸까, 나는. 

뭘 바랐던 걸까, 이 회사에서.

뭐였을까, 나의 커리어는?

뭘 얻었던 걸까, 돈이었을까?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난 뭘 잃고 뭘 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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