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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미녀 Jul 06. 2021

밥벌이, 그 이상의 것

인생에는 시간을보낼만한소중한 것들이 많다

퇴사 소식을 알리고 돌아오는 반응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단연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이런 내용이었다.


"다른 회사 안 가면, 어떻게 해?"




뭘 어떡하냐는 말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되물어 오는 그 질문을 곱씹어 보면 속내는 이렇다.


월급이 없어도 괜찮은가.
공백기간이 생겨서 이직이 어려워지면 안 되지 않냐.  (언젠가 다시 취직해야 하지 않냐.)


그들은 나를 모른다. 내 재산을 모르고, 내 속마음을 모른다. 그래서 무작정 퇴사하는 내 모습을 보며 '괜찮냐'는 짠한 마음을 갖는다. 사실 이건 고마운 일이다.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이니까. 


다음 달 밀려오는 카드값, 대출이자.

당장 사용해야 할 식비, 생활비.

막연하게 두려운 노후 생활, '놀고 있음'에 대한 무력감.


회사원들은 늘 이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퇴사를 한다면 돈도 걱정이고, 나를 정의해왔던 커리어라는 것도 사라질까 걱정이다. 남는 시간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우려된다. '놀아서 무엇하나' 하며 내 시간의 효용성도 따져본다. 그렇게 회사원은 계속 회사를 다닌다.


내 이야기였다. 나는 퇴사를 마음먹고선 약 1년 반 동안 이 걱정을 했다. 당장 꽂히는 매월 수백만 원의 돈이 아쉽고, 10년 넘게 쌓아 왔던 나의 명성도 놓치기 싫었다. 회사에서 많은 일을 해내는 내 모습이 내 성장이라 생각했고, 이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원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안정적인 밥벌이 수단, 회사는 포기하기엔 내가 가진 포부는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렇게 1년 반을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내가 고민했던 저 모든 것들이 해소가 되었느냐?

대답은 '그렇다'.


-


뻔하디 뻔한 그 단어는 바로 자유이다. 

시간적 자유, 관계적 자유, 그리고 나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유.


매월 수백만 원, 커리어라는 실체보다 더 큰 것은 자유였다.


나는 더 이상 사장을 위해 내 노동시간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제 내가 싫은 사람들하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친절해질 수 있게 된다.

회사 업무에서 이루어냈던 모든 것들은, 훨씬 더 축소된 상태로 '나를 위해'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의 결과가 몇만 원, 몇 십만 원에 불과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해' 일해서 '나에게' 주어지는 돈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리고 그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한 것들이다.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나를 위해 돈을 벌고,

나를 위해 경험을 쌓고,

나를 위해 마음을 쓰고,

하루하루를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보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퇴사의 이유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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