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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27. 2023

세 가지의 나(2)

우리의 삶은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보다 큼을 경험하기

  나는 스스로가 쓴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큼을 알아차리는 것이 ‘과정으로서의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경험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과정으로서의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인식할 수 있는 경험적 연습을 소개합니다(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경험적 연습 – 지금 이 순간머무른 시간 알아차리기>  


1. 3분 동안 마음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손가락을  그 생각과 감정이 떠오른 시간선상에 올려놓습니다. 3분이 지나면, 자신이 주로 어떤 시간에 머물렀는지 돌아봅니다.


 

2. 이번에는 3분 동안 미래 또는 과거에 대한 생각 또는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그 생각과 감정 말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합니다. 손가락이 과거와 미래로 갈 때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이 연습을 위해 도움이 됩니다.

 

3. 손가락을 지금으로 옮기려고 할 때, 마음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살펴봅시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머무른 시간을 알아차리면 과거와 미래의 생각과 감정과 함께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하느라 놓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과 함께 있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을 경험하는 ‘나’가 지금까지 ‘나’라고 생각해 왔던 것과 다르다는 것도 어렴풋이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한 때 우리를 사로잡았던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으로 엮은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이 더 큼을 알려줍니다. 또, ‘나’가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주의를 빼앗길 때 ‘마음’에 주로 어떤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떠오르는지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면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내용으로서의 자기’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내용으로서의 자기’를 만드는 행동입니다. ‘내용으로서의 자기’가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전의 ‘내용으로서의 자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만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무거워질 뿐입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 때마다 이 경험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반복해 왔던 행동이고 고통에 불필요한 고통이 더해졌던 원인입니다

  <경험적 연습 - 지금 이 순간, 머무른 시간 알아차리기>을 해보면 마음은 끊임없이 어떤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우리를 과거와 미래로 데려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 채 지금 이 순간에 생각나는 것과 느껴지는 것에 집중하면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지금 일어나는 유일한 사건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는 우리가 불편한 흰곰을 만날 때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내용으로서의 자기(the conceptualized self)’에 빠져 있을 때, 그 이야기에 포함되지 않는 삶의 남은 부분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생각보다 큼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멈추고 지금 함께 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이 항상 옳다면 내 생각만큼만 세상이 좋아질 수 있지만, 더 좋은 생각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 세상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좋아질 수 있음을 배웁니다. 이 경험은 그동안 이야기에 빠져있어서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일깨웁니다. 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지금 이 순간 다시 경험하면서 우리는 솔직하지 못함으로써 놓쳐버렸던 혹은 흘려버렸던 소중한 순간들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 후회로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음을 배우고 나서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과 같은 내적 경험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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