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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 Nov 11. 2020

닭 한 마리 빚진 테스 형!!

테스 형의 죽음 예고

몇년 전에 출간한 책에 대해, 출판사에 오늘 계약 종료 및 절판을 통보했다. 


테스 형에 대한 책인데 요즘 테스 형이 ‘너 자신을 알라’했다며 나 선생님이 방방곡곡에서 노래를 불러대니 스스로 찔려서 더 이상 내 책을 사달라고 서점에 내어 놓을 수가 없었다.(물론, 눈치챘겠지만 판매 부진이 원인이다. 난 판매 부진의 원인이 홍보 부족이 가장 큰 원흉이라고 굳게 믿어 위안을 삼고 있다. 내가 나훈아였으면 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렸을 거라고, 택도 없는 소리도 해대며.)    


어쨌든 그 안 팔린 책의 내용을 각색하여 여기 브런치에서 언급해보고자 한다.  브런치 작가라는 권한을 남용하여…. 

사실 책을 다시 읽으며 플라톤을 다시 복습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시작한다.(믿어주시길, 절판했으니 책 홍보글은 아니므로.) 내가 쓴 책이지만 몇년이 지나니 다시 플라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등의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그에 대한 책까지 썼는데도 이렇게 기억을 못 하니 이래서야 책을 뭐 하러 읽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파크리트쥐스킨트(*문학의 건망증)의 푸념이 십분 이해가 간다.

 

  “크리톤,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두었다가 빚을 갚아주겠나?” 


책의 서문에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시작했다. 테스 형이 죽음 직전에 크리톤에게 하는 말이다.(아, 내가 안 봤으니 테스 형이 이 말을 했는지는 확실히는 모른다. 번역서에 적혀 있어서 인용한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학과 치료의 신이라고 한다. 하여, 닭 한 마리를 빚졌다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써,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여 인용했다.(그 당시 사람들은 병이 치료되면 감사의 의미로 아스클레피오스 신에게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죽음으로 우리가 진리를 찾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것, 따라서 크리톤뿐만 아니라 우리도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진리 탐구라는 빚 때문에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헌납해야 할 의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깊은(?) 뜻을 담았다.(사실 내 책을 읽은 몇 안 되는 독자들은 이 의미를 이해를 못했다.)      


책의 구성은 좀 특이하게 했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검찰청에 고발되었고, 아테네 검찰청 검찰관이 고발사건을 수사하였다는 픽션을 전제로 구성했다. 직업이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밖에 상상을 하지 못했다. 직업병인가 모르겠지만 한 두 사람 정도는 기발하다는 위로성 멘트도 해주었다.     


소설은(아, 놀랍게도 이 책은 소설이다.) 계속해서, 이 ‘소크라테스고발사건수사기록’이 2,500년을 건너뛰어 현대 검찰청 검사실로 이송되었다는 픽션이 이어지고, 이송된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검사와 수사관의 대화와 소크라테스와 주변 인물들이 아테네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을 연출했다.(다시 읽어보니 엄청 어색하긴 하다. 아테네 검찰청이라니….) 


사실 변명, 크리톤, 향연의 내용을 쉽게 풀이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고백하자면 책을 쓸 당시에는 나 자신도 연출 방법이 기발하고, 취지도 좋다고 스스로 대견해했었다. 번역서 ‘변명’의 경우에는 각각 출판사가 다르게 수권을 구입하여 읽었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된 번역서도 읽었으니 의욕도 빵빵한 풍선처럼 충만해 있었다.

    

『본 글을 쓴 이는 검찰 수사관으로서, 멜레토스에 의해 고발된 소크라테스가 재판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에 착안하고, 우리나라 형사제도와 같이, 고발장을 접수한 수사기관에서 고발사건 수사기록이 만들어졌다는 픽션을 만들어, 글쓴이의 시각으로 소크라테스를 공부해본 것입니다. 이 책을 계기로 플라톤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접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문 마지막에 이렇게 실었으니 책을 쓴 취지와 의욕은 이해되리라 본다.     


이렇게 소설 <소크라테스고발사건 수사기록>은 테스 형의 죽음을 미리 예고하며 시작된다.     


* 책은 절판되었으니 찾아도 없습니다.(물론, 찾으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혹시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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