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논픽션, 추리 소설 같은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다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비닐하우스에 닭 두 마리를 묻었어?"
"네? 무슨 닭이요?"
"아니, 지난번에 형님네 죽은 닭이 두 마리 없어졌다고 했잖아. 누가 그 두 마리를 비닐하우스에 묻어 놓았대. 거기다 묻은 거 아니야?"
"제가요?"
"응"
"저 안 했어요. 제가 왜 묻어요."
"그럼, 누가 했어?"
"저도 모르죠."
그렇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우리가 꽃순이와 퍼지를 데리고 캠핑장에 갔던 날 밤, 장군이만 혼자 집에 있었다.
그날 밤, 옆집 청계 닭 4마리가 죽었고, 캠핑장에 있던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옆집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히 4마리 청계 닭이 있었는데, 닭장 안에 수탉 한 마리(남편이 봤을 때 목이 잘려 있었다고 한다.), 우리 집 마당 뒤 쪽에 암탉 한 마리의 사체를 발견해서 우리 집 텃밭에 두 마리를 묻어 주었다.
아무리 찾아도 나머지 두 마리는 찾을 수가 없었고, 들고양이가 사체 두 마리는 물고 갔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터였다.
돌아온 장군이 그 런 데...
오늘 오후에 아랫집 비닐하우스에서 두 마리의 사체가 묻혀 있다고 연락을 받은 것이다.
처음엔 옆집(윗집, 청계 닭이 죽은 집) 마당 앞 비닐하우스에 묻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랫집 비닐하우스, 그러니까 우리 집 텃밭 바로 아래쪽에 청계 닭 두 마리 사체가 묻혀 있는 것을 아랫집 어르신이 발견하시고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내가 묻은 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어서 와서 묻힌 닭을 보라고 하셨다. 옆집(윗집) 어르신과 앞집, 아랫집 어르신이 모여서 범인이 나라고 지목을 한 것이다. 어서 빨리 와서 보라고 보채시며 내게 누명을 씌우고 계셨다.
"제가 안 했는데, 왜 보라고 하세요. 저는 보고 싶지 않아요."
"집이가 안 했으면 누가 했을 거라고 그래?"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시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안 했어요."
"그럼 누가 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안 했어요."
"집이가 아니면 누가 혀?"
"저 정말로 안 했어요. 제가 왜 해요?"
조비산 정경전화기 너머로 내게 심한 욕을,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을 하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저한테 욕하지 마세요. 제가 안 했는데 왜 저한테 욕을 하세요."
"집이가 아니면, 누가 해?"
"저는 그날 집에도 없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두 마리는 찾아서 저희 남편이 저희 텃밭에 묻었어요. 제가 어떻게 거기에 닭을 묻어요."
다시 욕을 하셨다.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제가 안 했어요."
"그럼, 누가 해?"
"저도 몰라요. 제가 왜 했겠어요?"
어르신은 누군가가 어르신을 해코지하려고 그곳에 죽은 닭을 묻은 거라고 생각하셨고, 하물며 그 사람이 나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일도 당할 수가 있구나!
장군이가 누명을 써서 안쓰럽고 불쌍하다고만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다. 아무리 내가 안 했다고 말씀을 드려도 막무가내로 나 밖에는 그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씁쓸하고 서글픈 마음이 몰려왔고,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딸아이는 옆좌석에 앉아 있다가 그 모든 소리를 듣고는 무서워서 집에 가기 싫다며,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심지어 아랫집 어르신은 우리가 임시로 지내고 있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나에 대한 험담을 해대셨다고 한다. 내가 어르신 마당에 닭을 묻었다고. 나쁜 사람이라고.
그동안 어르신들과 재미있게 잘 지내며 인심 좋은 동네라고 좋아했는데...
나더러 싹싹하고 좋다고 칭찬하시며 좋아하셨는데...
지금 와서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지금껏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길래 내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 굳게 믿으신다는 말인가?
도저히 나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신감마저 들지만, 외로운 어르신들께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날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닭들의 푸드덕거리던 소리, 사라 진 두 마리의 닭, 목줄이 풀린 장군이, 닭장 안에 목이 잘린 채 죽어있던 수탉, 우리 집 뒷마당에 장군이가 지키고 있던 암탉 한 마리.
들고양이 짓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이제 와서 두 마리 암탉 사체가 비닐하우스에 묻혀 있다니.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장군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장군이가 증견이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군이는 알고 있을 텐데. 오직 장군이만 알고 있다. 누가 범인인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CCTV도 없으니 어찌 범인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장군이가 한 번만 말을 해주면 좋겠다. 누가 범인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상봉한 장군이와 꽃순이이 일은 언젠가 범인을 찾게 될 수도 있고, 영원한 미제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기하면서도 수상하고, 의심스러운 이 시골 마을의 작은 사건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사라고 해야 할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면서도 궁금증과 호기심이 불같이 일어나는 것은 추리 소설을 너무 많이 읽고 좋아했던 나의 이력과 수사 반장을 즐겨 애청했던 나의 과거 행적과 아이와 함께 엉덩이 탐정을 즐겨 봤던 나의 현재의 모습에서 기인된다고 할 것이다.
아, 그 범인을 찾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주님은 알고 계신다. 누가 범인인지를...
물론 장군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나를 단련하시는 주님을 바라본다. 나를 붙드시는 주님을 의뢰하며 그의 요새 안에 거하길 원한다.
누명은 진실이 아니니, 자유로워 지자.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니 두려울 것이 없다.
나의 낭만 가득한 시골에서의 1년이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여기지 않기로 한다. 시작에 불과하다.
중심을 잡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는 연습을 더 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