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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희 Jul 21. 2023

[넷플 추천] 내가 사랑하는 블랙코미디, 보잭 홀스맨

part 1 "오늘이 우리가 이렇게 대화할 마지막 날이라면 믿겠어?"

“We all have a responsibility to become better than what society has made us to be”


우리는 모두 "사회가 빚어놓은 우리의 본모습"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의무가 있다.


갑자기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보잭 호스맨쇼를 좋아할 것 같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보잭쇼를 다 보고 느낀 것인데 이것은 절대로 칭찬이 아니다 and obviously, they were right because now I'm writing about it) 처음 몇 번은 그냥 넘겼지만 계속 듣다 보니 한 번쯤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보잭쇼는 내 마음속 "전세계 사람들이 이 쇼를 다 보기 전까지 내 인생은 완벽하지 않을 거야" 쇼로 자리 잡았다.


이 쇼를 단 몇 줄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노력을 해보자면 20대 초, 90년대 티비쇼에 출연하게 되어 할리우드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보잭 호스맨"이 50대가 되어 주변 사람들과 일어나는 일들, 결과적으로는 하나둘씩 보잭을 '손절' 시키는 과정을 에피소드식으로 일상툰 느낌으로 그려낸다. 화려한 할리우드의 추한 뒷모습들, 유해한 인간관계의 복합성, 세대별로 상속되는 트라우마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면 밤을 새울 수 있을 것 같지만 몇 개 포인트를 잡아보았다. 쇼를 다 보고 읽으면 더 와닿을 리뷰.


*필터링 없는 세계.

이 쇼는 이 세상의 부조리라는 부조리를 필터링 없이 다 이야기한다. 너무 솔직해서 그 솔직함이 웃긴 쇼다.

우울증의 마케팅화,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평소 미소까지 띠길 강요받는 현대 사회의 여성들(평소 웃지 않는 여성을 칭하는 Rest Bitch Face라는 단어가 생겼다는 것은 매우 슬픈 사실이다), 아역 배우(just the concept that children are legally allowed to work amongst full grown unverified adults is wild)들의 화려한 시작과 다르게 어두운 끝, 본인들도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패션계, 대기업의 미디어 회사들 인수,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은 많은데 항상 몇 명의 배우들과 감독이 모든 크레딧을 가져가는 영화계의 피라미드 구조 등등 여러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필터링 없이 보여준다. 드로잉 스타일에서도 이점이 그대로 나타나는데 쇼에서 캐릭터들의 나이 뱃살까지도 감추지 않고 굳이굳이 그려 넣는 디테일이 있다.


+그래서 이 쇼가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그려진 것이 시청자가 내용을 소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보잭 세계관에서 인간들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하는 동물들과 공존하면서 산다. 캐릭터들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보잭쇼가 만약 실제 인간이 나오는 드라마였으면 텀을 두고 봤어야 할 정도로 굉장히 무거운 내용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가볍게 풀어나간다.


*Bojack- A horse that cannot run. Apology without change is manipulation.


보잭은 달리지 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노답이다. 그리고 보잭의 행동에는 패턴이 있다. 


self-destruct —> "this is because of my childhood trauma why are you leaving me" —> Apologizes when confronted —> Doesn’t change —> back to self destruct mode


보잭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것은 보잭은 50살이 넘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어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와 자신의 양육방식을 탓하는 게 귀엽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흰머리가 나올 때쯤에는 이미 그때가 충분히 지나갔을 때다.


Bojack actually has very decent people around him. It only makes sense because only the compassionate are willing to fix the broken and the damaged like Bojack. 보잭 주변 사람들은 다 이미 스스로 보수공사를 하고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보잭의 곁에 남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마지막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떠난다.


*외로움의 이유.


“Wouldnt it be crazy if this was the last time we ever spoke?”

("오늘이 우리가 이렇게 대화할 마지막 날이라면 믿겠어?")

보잭이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 Diane에게 하는 말이다.


끝없는 외로움의 근원은 "언제 다시 만나지 모를 관계들"에서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학창 시절의 끝 이후부터는 우리가 다음에 또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새로운 관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보잭쇼의 큰 테마는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느끼는 끝없는 외로움이다.


한 모임에서 만나 종종 저녁을 같이 먹던 지인이 어느날 “저희 이번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건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모임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을 듣고 대답을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성인 되서 친구 사귀기 참 힘들다는 생각도 들면서, 결국에는 관계의 불확실성이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속어

보잭쇼를 보다보면 다루는 내용들이 다 extreme해서 캐릭터들이 모두 욕을 많이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것이 사실 Bojack 시리즈는 시즌당 1~2번만 실제 비속어를 쓴다는 룰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한번 욕을 내뱉으면 사건의 진지성을 리마인드 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갑자기 쇼가 엄숙해진다.(유투브에 보잭쇼에서 실제 욕이 나오는 씬들이 정리되어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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