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싱그럽고 예쁘고 달콤했던 꽃은 시들었다. 꽃다발 같은 사랑, 나도 그런 사랑을 했다. 지나간 인연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시작과 끝을 내게 귀띔해 주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으로 달려가듯이 뿌리가 잘린 꽃이 꽃다발로 변하는 순간. 끝이 있고 종점을 향해 함께 달려간다는 것. 꽃다발이 되면서부터 가장 화려하고 싱그러운 순간에 만나, 우리는 시들고 추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이어질 사랑은 굳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고민하거나 눈치 보지 않아도 봄날의 꽃처럼 저절로 피어났다. 직감이었을까, 육감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첫 만남에서 느껴졌다. ‘이 사람 왠지 나랑 사귈 것 같다.’계속해서 풀리는 실타래처럼. 우리는 첫 만남에서 다섯 시간, 여섯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도 그랬다. 지하철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카스미)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졌다. 그 둘의 사랑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나의 연애가 오버랩 되었다.
지속할 수 있는 사랑을 원했다. 단순히 시간 에너지 돈을 쓰는 소비하는 연애가 아닌, 미래를 그리는 사랑을 했다. 낭만으로 시작해 현실로 옮겨가는 것. 처음에는 서로를 마주 보며 마음속에 당신을 새겨 넣는 일. 이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것. 모든 연애의 끝이 결혼은 아니지만, 미래가 없는 연애는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낭만 가득했던 대학생 커플이 사회인이 되면서, 현실의 벽 앞에서 감정이 무뎌지는 과정.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업무에 시달리며, 취미를 공유하는 시간과 스킨십 횟수가 줄어든 것도. 우리가 늙어가고 현실과 꿈의 괴리만큼 둘 사이가 벌어지는 것. 마주 잡은 손에 힘이 빠지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정반대의 곳을 바라본다는 것.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 사랑의 추억이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좋아하는가? 나는 주는 사랑을 좋아한다. 전하는 사랑이 행복하다. 당신을 생각하며 손으로 꼬물꼬물 하며 준비한 작은 선물. 그것을 받고 놀라고 기쁘고 행복에 젖어 들어가는 감정의 변화를 마주할 때. 새로운 놀라움과 설렘을 전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차오른다.
막차를 놓치고 이야기하던 시간. 아직은 눈치를 보고 거리감을 지키던 순간부터, 설렘이 사랑으로 변하고. 하나의 펜던트를 반으로 쪼개 서로의 목에 걸어주는 것처럼. 스테레오 타입의 유선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반으로 나누어진 노래를 듣는 것처럼. 모노 타입의 영화가 스테레오로 다가오는 것처럼. 스크린 밖 서른 중반의 모노 타입 아저씨에게 스무 살의 사랑이 어땠는지 속삭여 주고 있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단순히 행복한 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아픔과 상실을 동반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고 변화한다. 무기와 키누의 갈등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성장해 가고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되새기게 했다.
사랑은 스테레오 타입의 이어폰 한쪽을 나누어 끼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반대쪽 이어폰 소리를 듣지 못해 오해하고 감정이 소모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소중한 과정이라고 전해졌다.
좋아할 때는 별다른 이유가 없이 시작했는데, 헤어질 때는 왜 이유를 찾게 되는 걸까?
이제는 사람을 존재가 아닌 의미로 마주하게 된 나이. 다시 무기와 키누처럼 당신의 눈을 보고 그 속에 담긴 본질을 마주하기에는 늙고 해진 나이.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설렘보다 피곤함이 앞서는 이때, 한 번 더 가슴이 뛰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