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맥주는 맥주 사탕처럼 달고, 와인은 포도주스처럼 달고, 카페라테는 뭔가 믹스커피처럼 달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그랬나요?
하지만 커오면서 마셔보니 다들 굉장히 쓴 친구들입니다. 듁스커피의 라테는 우리가 어릴 때 상상했던 그 라테 맛과 가깝습니다. 단맛이 강하고 우유의 고소함이 오래갑니다. 제 기준, 미국에서 마셔본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 영국의 Monmouth보다 맛있었어요.
듁스 에스프레소 라떼
듁스커피는 호주 멜버른 연고의 커피 로스팅 회사입니다. 한국에는 생소하죠. 또한 한국 커피 시장은 완전 과포화 상태입니다. 호주의 스페셜티 커피를 수입해서 성공할 생각을 했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맛을 보니 한국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만합니다.
일반인이면 맛있다고 유명한 카페를 가도 비싸기만 하고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저 포함). 듁스커피는 다른 곳과 확실하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듁스커피가 제일 맛있다고는 말 못 해도, 자기 개성을 다른 곳보다 잘 표현한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우간다 기부잘레 블랙(과일향이 돋보인다)과, 듁스 에스프레소 라떼.
먼저 기본인 Dukes espresso
듁스커피의 기본인 이 'Dukes espresso'는, 잘못 내린 떫은 신맛과 좋은 산미의 커피를 구별 못하는 사람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시자마자 산미가 혀 가장자리 뒤끝을 자극합니다.
블랙이 좋은 산미가 풍부할수록 라테일 때 더 단맛이 강합니다. 유명한 곳 중, 호랑이 커피가 대표적이죠. 설탕, 연유, 시럽의 단맛이 아닌, 우유와 커피의 그 달콤한 향과 느낌이, 실제 맛으로 변한 듯한 느낌입니다. 투썸플레이스의 '시그니처 라테'도 비슷한 맛을 내나 원두의 한계로 맛이 좀 떨어집니다. 이 블렌딩으로 만든 듁스커피 라테는 앞서 말했듯 정말 맛있습니다.
쇼룸의 작은 벤치. 앉은 자리에서 커피 1~2잔 금방이다.
카페쇼에서 맛본 Colombia El Paraiso (카페쇼의 사진은 너무 못 찍어서 올리지 못했어요..)
한 모금하자마자, 베리류의 단맛이 확 치고 올라옵니다. '어떻게 커피에서 이렇게 베리 향이 강하게 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베리가 들어있습니다! Fruto Rojos라는, El Paraiso 농장의 프로듀서인 디에고가 만든 가공법을 사용한 원두입니다. 커피 체리를 같은 산에서 난 붉은 과일들과 함께 발효하는 것이에요. 이런 실험적인 태도, 정말 좋습니다.
Dukes espresso 블랙의 깊은 산미와 라테의 고소하고 내추럴한 단맛, El paraiso의 실험적인 맛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다른 다양한 원두들도 쇼룸에서 시음이 가능합니다. Uganda, Ethiopia 다 아주 좋았는데, 파나마 게이샤는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날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는진 몰라도, 내가 알던 게이샤의 특징과는 좀 달랐습니다(듁스 커피 대표님과 DM으로 1~2마디 주고받았는데, 게이샤가 아쉬워서 대표님도 카페쇼에서 중간에 게이샤는 뺐다고 하시네요).
힙 그 자체인 듁스커피 쇼룸.
듁스커피 쇼룸은 협소합니다. 말 그대로 듁스커피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곳이지, 여타 카페처럼 휴식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어쨌든, 개인 소비자보다 업주를 상대로 하는 사업인데, 이런 쇼룸으로 우리에게도 즐거움을 주니 좋습니다.
듁스커피의 원두와 블렌드 카드
쇼룸은 매우 협소하다. 말그대로 쇼룸.
듁스커피의 접근성은 좀 아쉽습니다. 보통 약배전으로 산미를 살리다 보니, 온도 조절이 가능한 좋은 머신이 아니면 동일한 퀄리티를 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취급하는 곳이 많진 않습니다. 아니, 납품을 잘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온도 컨트롤의 문제는 듁스커피의 확장성에도 걸림돌이 됩니다.
카페 업주의 입장에서는, '듁스커피의 콧대가 높다, 비싸서 잘 나간다' 등의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있으면 좋은 것이고, 이렇게 듁스커피 브랜드에서 쉽게 쉽게 확장하지 않고 품질을 컨트롤하는 것이 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