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꾸준히 일기를 써본 적이 없다. 숙제라는 강제성이 있어야 썼던 일기를 자발적으로 써보려 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원래 니즈는 글을 ‘잘‘ 쓰고 싶다였다. ‘잘’의 기준은 쉽게 읽히게/ 재밌는 주제로 / 자주 쓰는 것이다. 기준이 매우 높다.
잘 쓰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였다. 타인의 인정이 아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글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였는데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었다.
자꾸 타인의 반응을 신경 쓰며 글을 쓰다 보니 주제를 고르는데도 한참 걸리고, 내용에도 솔직하지 못했고, 글을 쓰는 주기도 한없이 길어졌다. 잘하려다가 결국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채 뛰기를 갈망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잘‘을 뺐다. 그냥 쓴다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매일 글을 쓴다. 매일 쓰는 글에는 일기만 한 게 없지 않은가?
우선 걷고 나서 뛰어보자.
매일 아주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이 누적되거나 발전되지 않고 흘러간다.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도파민 중독자라서 메모장이 아니라 SNS앱을 켜기 십상이다. 그리고 점점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또 까먹을 텐데 그냥 인스타나 봐야지’라고 나의 무의식이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그 순간의 생각을 적어서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적어도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지냈는지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5년 전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한 것을 보면, 5년 후의 나도 여전히 궁금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서 매일의 짧은 글쓰기,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