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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g Aug 26. 2015

혜화역 세 친구

사진, 사람, 사람 #1. 혜화역 세 친구

선환이와 은주를 만났다.

은주는 그저께 1년 만에 한국에 왔다.

짧은   시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어제도 만난 듯 소소하고 시답잖게 얘기했다.


편하게 유쾌할  있는 

흔치 않은 시간.


다음  혜화역  공원

앉아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분을 보았다.


2015, Sony A6000
구분 없이 바래버린 그 색감이
형용할 필요 없이 곱다.

 분은 친척 사이일 수도 있고, 한쌍은 부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구별이 무색하게  분은 그냥 친구처럼 보였다.

친구라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은,

낯선 이도  눈에 알아볼만한 그런 친구.

그래서 어제 만난 우리들 같다고도 느꼈다.

우리도 있었다. 이런 사진. 2013년의 봄.

지금의 우리는 각자 다른 색을 지녔다.

서로에게 물들 필요 없이 각자 빛나서 

지금도 충분히 좋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색이 바랠   올 거다. 

그때는 모두 낡고 옅어져서 구분할 필요 없이  같이 바랜 색을 지니게 될 거다. 

그때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2015, Sony A6000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가 부러웠다.

그들은 내가  자리를 떠나기 까지 30분 동안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누구를 기다리거나 하는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오기 전에도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내가 가고서도 한참을  이야기할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짐작할 수도 없는  시간을  함께했을 것이다. 


구분 없이 바래버린  색감이 

형용할 필요 없이 .


2015,  Sony A6000

'꾸미고, 치장하고, 인증할 필요 없는

관계가 절실해진 세상이잖아.'


다른 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가 부러웠다.

자기들끼리만 나누  이야기가

너무나 부러웠다.


그때가 되었을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막연하지 않을 만큼만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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