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람, 사람 #1. 혜화역 세 친구
선환이와 은주를 만났다.
은주는 그저께 1년 만에 한국에 왔다.
짧은 듯 긴 시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어제도 만난 듯 소소하고 시답잖게 얘기했다.
편하게 유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
다음 날 혜화역 앞 공원에
앉아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을 보았다.
구분 없이 바래버린 그 색감이
형용할 필요 없이 곱다.
세 분은 친척 사이일 수도 있고, 한쌍은 부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구별이 무색하게 세 분은 그냥 친구처럼 보였다.
친구라는 말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은,
낯선 이도 한 눈에 알아볼만한 그런 친구.
그래서 어제 만난 우리들 같다고도 느꼈다.
지금의 우리는 각자 다른 색을 지녔다.
서로에게 물들 필요 없이 각자 빛나서
지금도 충분히 좋다.
그런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색이 바랠 때 마저 올 거다.
그때는 모두 낡고 옅어져서 구분할 필요 없이 다 같이 바랜 색을 지니게 될 거다.
그때의 우리 모습이 기대가 된다.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가 부러웠다.
그들은 내가 그 자리를 떠나기 까지 30분 동안 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누구를 기다리거나 하는 듯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오기 전에도 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내가 가고서도 한참을 더 이야기할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짐작할 수도 없는 긴 시간을 함께했을 것이다.
구분 없이 바래버린 그 색감이
형용할 필요 없이 곱다.
'꾸미고, 치장하고, 인증할 필요 없는
관계가 절실해진 세상이잖아.'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가 부러웠다.
자기들끼리만 나누는 그 이야기가
너무나 부러웠다.
그때가 되었을 때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막연하지 않을 만큼만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