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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Feb 28. 2020

엄마를 달달 볶던 아이, 상호작용에 몰입하는 아이로

힘듦이 걷히고 진짜가 보이기 시작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옆에서 항상 보고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 헬렌의 관심은 해바라기, 고양이, 매미, 여우 등 꾸준히 생물이었다. 그래서 생물 류에 몰입하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아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도 관심 있게 봤다. 안정기 전 힘들 때 기준으로, 헬렌이 미술 영재의 성격 특성 - 고감수성, 극감각민감, 사람회피 등 - 에 99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관련 서적을 통해 알게 되었다.



34개월 헬렌 작품들. 왼쪽 위부터 사랑한단다/우리 가족/놀이터 친구들/눈오는날


영재 발굴단도 찾아봤다. 그런데 미술 영재와 비교했을 때 2프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 미술 활동에 몰입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그림과 만들기는 설렁설렁. 그마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자연과 생물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헬렌 32개월 이후 대 안정기가 시작되며 새로운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끝없는 역할놀이를 한다. 모든 말은 대화체. 내가 잠깐 못 해줘도 혼자서 묻고 답하고 끝이 없다. 또래 놀이도 계속 더 고차원적인 상호작용을 원한다. 일대일에서 단체놀이를 좋아하게 된 것.

사람을 좋아하게 된 과정도 특이하다. 상호작용이 너무 좋아서 어수 없이 또래에 관심이 생긴 케이스다. 아이들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하길래 친구에 대해 물어보니 친구에겐 아무 관심이 없어 놀란 적이 많다. 상호작용이 너무 재미있나 보다. 당연히 상호작용이 가능한 높은 연령대의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놀 때 끊임없이 대화하고 상호작용 하려 한다. 웃긴 건 하여튼 그렇게 놀다 또래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역성장이 신기했다.

생물 류를 좋아하는 것도 이제 알 것 같다. 헬렌은 상호작용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자연물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가.

왜 뭔가에 몰입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요즘이었다. 자극 추구를 하는데 왜 몰입은 아닐까.. 그런데 내가 이 큰 카테고리를 이제 깨닫다니! 왜 인지적 차단적 몰입만 몰입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 사실을 깨닫고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은 듯 기뻤다. 모든 질문의 답이 나온 것 같아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헬렌은 선천적 후천적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그 성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허나 하루 종일 엄마를 달달 볶고 그에 화답해준 엄마가 있다면, 다른 아이들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상호 작용을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로 인해 또래에 관심을 가지는 이런 역 발달의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연관되어 사회성도 발달할 것이다. 윌리엄 시어스 박사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에서도 주양육자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아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나와있던 것이 기억난다.

상호작용에 몰입하는 아이. 자신의 모든 힘듦을 엄마에게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풀던 아이가 그 기질을 이렇게 풀어내는구나. 지형범 선생님이 이런 아이는 몰입을 해야 엄마가 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상호 작용의 몰입인즉슨 최소 꼭 한 사람이 필요한 것. 난 이제부터 헬렌에게 일정 시간 사람을 한 명 붙여주려 한다. 헬렌의 욕구를 풀어줄 놀이시터, 방문미술, 기타 돌보미 선생님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기관 선택할 때도 헬렌이 바라는 상호작용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헬렌 34개월.




+
이 사실을 깨닫고 방문미술 놀이시터 등 질 높은 상호작용을 해 줄 엄마 외 사람을 붙여주어 많은 발달을 이뤘다. 44개월 헬렌은.... 놀이터 에이스로 거듭남 ;) 역시 상호작용 몰입 성향이 유지되고 있다. 하여튼, 이렇게 자라는 케이스도 있다고 올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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