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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Apr 01. 2020

글로 육아를 배워 불행의 대물림을 끊다

내가 만난 1000명의 육아 멘토

나는 육아를 글로 배웠다. 나에겐 육아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이 사람처럼 육아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롤 모델이 없었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지독하고 뿌리 깊은 대물림을 끝내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부터 모든 걸 세우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뒤집어엎는 것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본능적 내 행동을 계속 다시 점검하는 것.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되지 않았다. 밤마다 새로운 작업이 필요했다. 내 행동을 다시 짚어보고, 잘못한 것은 뉘우치고, 다시 읽어 배웠다. 매일 잘못을 뉘우치며 예전의 나는 조금씩 죽고, 밤마다 공부하며 새로운 내가 조금씩 태어났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이 켜켜이 쌓였다.


싸늘한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지 않는 것. 사소한 것에 화내지 않는 것. 화나도 소리 지르지 않는 것. 이성을 잃고 때리지 않는 것. 남들은 쉽고 당연하게 되는 것이 나에겐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 받고 자랐으니까. 당연하게 내가 받고 자란 것을 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틀어야 했다. 겉으 웃지만 속에폭풍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게 되었다. 아마도 모성에서 비롯된 초인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닌, 멘토에게 일대일로 배운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내 선생님이자 친정 엄마였다. 나는 좋은 부모 그리고 좋은 선생님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 내 인생에 만나지 못한 존재. 책은 그런 갈증을 해결해주었다. 먼저 저자 소개를 유심히 봤다. 이 사람이 나에게 직접 말한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내게 크게 와 닿는 문구를 만나면 따로 소중히 기록해두었다. 어쩌다 시간이 되어 강연에 가면 감동에 벅찼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은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집중력 오로라를 뿜어내며 앞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 울고 웃어 방청객 알바가 따로 없었다.


왼쪽부터 오은영, 신의진, 김수연 박사. 출처: 행복한 아침, 연세대학홈페이지, 채널예스

오은영 선생님이 내 육아 멘토라고 생각했다. 오은영 선생님은 예민한 기질이지만 성공적으로 자라났다. 신의진 선생님이 내 담당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신의진 선생님의 첫째 아들은 극히 까다로운 성향이었으나 잘 자랐다. 육아가 힘들 땐 김수연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김수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애쓰다가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 멘토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멘토의 조언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 가장 옳은 것은 내 어린아이였다. 그럴 땐 또 다른 멘토를 찾아 나섰다. 거기서 또 내게 맞는 것을 뽑아냈다. 섬세한 나이기에 막히는 부분이 계속 생겼다.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하나씩 모여 나와 내 아이만의 육아법이 탄생했다. 약 1000명의 전문가 조언에서 맞는 것을 뽑아냈다.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나만의 맞춤형 육아였다.



멘토에 대한 갈증이 깊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으니 습득이 남달랐다. 내게 맞는 걸 찾으면 머리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강하게 자극받아 아마 조금씩 내 뇌가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시냅스가 짱짱하게 연결됐다. 기억력과 실행력도 높아졌다. 아 진짜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나는 그렇게 변해갔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처럼.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받고 자란 사람처럼.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언니는 되게 힘들 것 같은 상황에도 항상 웃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항상 썩은 표정이던 내가 힘들 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다니. 기적이었다.


강한 동기와 열정은 불행의 대물림을 끊는다. 너무 아팠던 어린 나. 바닥을 수없이 경험한 나. 다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내 트라우마로부터의 몸부림. 강한 동기와 그로부터 비롯된 열정. 나는 내 한계를 뛰어넘었다. 결과 나는 변했고 우리 아이는 변한 나를 닮았다.


불행의 대물림을 끊는 자


대물림을 끊을 운명을 타고난 당신. 너무 아팠던 어린 당신. 아이를 바라보세요. 당신만의 멘토를 찾으세요.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또 찾으세요. 그리고 결국엔 되세요. 당신에게 백 프로 맞는 진정한 당신만의 멘토, 성장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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