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언 Mar 12. 2020

육아 몰입 5년 차 엄마의 진짜 성장

그럼에도 셋째는 안 낳으려 한다.

요즘 너무 놀라운 일들이 있어 한번 적어보려 한다. 육아 몰입 5년 차, 나 자신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순발력, 운동능력, 화술 등 신체 지능이 떨어지던 내가 세게 육아하며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것 아니겠는가?


먼저 눈 맞춤이 되기 시작했다. 첫째 때는 눈 맞춤이 쉽지 않았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러다 눈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뚫어지게 바라봤다. 애가 부담스러워하더라 하하. 그러다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는데, 사람 눈이 항상 미세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트라우마 치료를 할 때 좌우로 눈동자를 움직이는 훈련을 하면 렘수면 효과가 있어서 치료 효과가 높다고 한다. 눈 맞춤을 할 때 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계속 보 좌우 움직이는 훈련 효과가 있는 듯다. 눈을 볼 수 있게 되자 실제로 나는 안정감을 느꼈다.


첫째 때는 노력으로 그리 되었는데, 둘째 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째와는 눈으로 찐한 대화가 가능하다. 눈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게 되더라. 너무너무 큰 느낌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님이 눈 뜬 기분.


말을 어쩔 수 없이 많이 하게 되면서 언변술이 늘었다. 말은 상당 부분 순발력이다. 나는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 매우 우수한데 이 순발력이 너무 떨어졌다.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내 생각은 너무 깊은데 그 말을 제대로 다 전달을 못 했다. 수박 겉핥기처럼 영구 같은 말만 던졌다. 맨날 만나고 오면 후회했다. 그래서 생각하고 다시 만나면 또 영구되고. 툭툭 던지는 쿨한 캐릭터로 자리 잡긴 했지만 내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그런 무한반복이었다.


그런데 이 말만큼은 정말 자는 시간 빼고 16시간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울 헬렌이 어찌나 수다쟁이인지.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적는 걸 좋아한다. 하루 종일 말 안 하고도 살 수 있다. 그런데 16시간 대답을 하려니 정말... 제발 조용한 곳에 가서 하루만 쉬고 오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애들 재우고 나면 남편이 말 거는 게 제일 지쳤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를 악물고 반응했는데 이게 내 성장이 될 줄 몰랐다. 어떻게 성장했는지 느끼냐면,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빠른 속도로. 돗자리만 펴주면. 내 이야기를 할 때 속도 조절을 잘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았다. 반응이 항상 늦던 내가 내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것도 놀랍지만, 빠른 속도로 나오는 건 정말 훈련(?)이 아니었음 안되었을 것 같다.


말하기를 할 때 순발력과 동시에 빠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동반되어야 하더라. 나는 사람들이랑 말할 때 긴장하는 편이었다. 원시 뇌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전두엽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활성화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그때 그냥 반응만 잘하다 오곤 했다. 그런데 말을 하면서 내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헐...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내가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적절히 전달하 된 것이다. 이런 게 동시처리인 건가?


이건 아직도 훈련 중이긴 한데, 나는 정말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거다. 집중력 몰입력 하나는 끝내줬다. 한데 그 몰입에 돌입되기까지 워밍 업 시간이 좀 걸렸다. 하나에 몰두해서 그걸 아주 작살내고 끝장까지 보고 빠지는 스타일이었다. 몰입의 시간이 긴 대신 짧게 짧게 몰입하고 빠지는 능력이 떨어졌다. 동시다발적으로 이것저것 전환하는 능력은 전멸이었다.


내가 둘째를 낳고 제일 안돼서 고생하던 게 이거다. 혹시 모임에서 나를 만난 분들은 이해하실지도 모르겠다. 애 둘이 나한테 얘기하고 매달리면 뇌 과부하가 와서 멍~ 해지곤 했다. 그러다 애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정신이 돌아오면 버럭 했다. 둘째 낳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난 내가 난 그릇이 안되는데 애 둘을 낳았다고... 친정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그릇 돼서 둘 낳는 사람 하나도 없다고, 하여튼.


근데 그게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눈곱만큼씩 성장했다. 일단 과부하가 오기 전에 스탑 하고 정리하는 능력, 이거 하고 저거 하고 순간 전환 능력, 확 몰입하고 확 빠지고.. 근육의 사용법 자체가 틀렸다. 난 체육 때도 단거리는 쥐약이고 장거리 특화였다. 아마 둘째 낳은 지속성 기질  분들은 이해하실지도 모르겠다. 이게 되기 시작하니까!!! 사회성이 엄~ 청나게 올라갔다.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언변술이 늘었다. 사람들이랑 상대할 때 재치가 생겼다. 반응의 차원이 아니다. 와... 이게 동작성인가? 아니면 뭐든 하여튼.


그리고 최근 나는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촬영하면서 방언 터진 줄 알았다. 진짜 왜 이렇게 할 말이 많은지. 내 머릿속에 5년간 들어간 거 다 나오더라. 아 그래서 인풋 하라고, 인풋 언젠간 나온다고, 엄마표 교육에서 자주 하는 말들. 콧방귀로 흘려들었던 말들 나 자신을 통해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회를 다녀왔는데 나 자신에게 내가 너무 놀랐다. 모든 단거리 장거리 종목에서 내가 적응력을 뿜어냈다. 막연하게 아 내가 성장했나 보다 했다. 그런데 실제로 신체적으로도 뭔가 되는 걸 보니 아 이거 진짜구나 생각이 들었다.


신체능력과 사회기술이 늘어나니 자신감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풍채가 당당해진다. 사람들 만날 때 낯빛이 달라진다. 애들한테도 뭔가 자신 넘쳐졌다. 나 자신에게도 꿀리지 않고 더더 으쌰으쌰 하게 되었다. 정서적인 부분은 원래 강하긴 했는데, 뭔가 더 기초가 튼튼하고 무너짐이 덜해지도록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 같다.


뭔가 성장했다 싶으면 이런저런 기회를 만들어서 그 성장을 확인할 창구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냥 나도 평상시대로 살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라이프가 보통은 ‘예전’ 내가 편한 대로 구성되어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걸 해보니 그때서야 아 내가 달라졌구나 알게 되었다.


신체지능 낮은 아이나 대소근육 느린 아이 만약 신체 발달 올라가면 이런 능력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신체 발달 꼭 챙겨주고, 성장했다 싶으면 그거 확인할 새로운 경험 밥 주고, 그리고 인풋은 언젠가 나온다!!


엄마들은 말 육아가 제2의 내 성장기다 생각하고 즐겁게 몰두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그게 엄청 어렵고 또 다른 어려움도 생긴다. 하지만 내가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완전 지난 건 아니지만 한 계단 올라선 것 같다. 첫째뿐 아닌 둘째 육아도 또 다른 성장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셋째는 안 낳으려 한다. 이제 성장 그만. 선택한다면 그래도 고생 안 하고 싶지만 어차피 낳을 거면, 어차피 고생할 거면, 그런 마인드로 임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


내가 육아에 몰입하고 있다 성찰 한 날의 일기를 공개한다.






자각


뭐라도 하고 싶었다. 아이 키우는 일 말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다른 뭔가. 육아하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공부하고 투자하고 이런저런 일도 벌여봤다. 크리스 어느 정도 키우면 뭐 할까 상상하면서 대리만족하기도 했다. 하루 반나절 정도 내 일하고 반나절은 아이들이랑 온전히 보내고 싶다... 고 생각했다. 가만 보니 그 상상 속에 항상 또다시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 하이니즈 요구에 하루 종일 끌려다니느라 힘들어 자각을 못했다. 그런데 실은 이 육아의 시간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깨닫고 모든 게 다시 보였다! 난 내가 그냥 열심인 줄 알았다. 성격인 줄 잠시 착각. 근데 나 꽤 게으르고 체력 딸리는 사람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육아를 '주도적 놀이'로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 키우는 것, 같이 노는 것, 부족한 부분 도와주는 것 모두... 하루 종일 난 진짜 열심이다. 내가 흥이 나있지 않으면 이 정도 할 수가 없다. 한 달 일 년도 아니고 몇 년을... 내가 진짜 좋고 원해서가 아니면 나에게서 이 에너지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 이걸 자각하고 나니,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내 인생의 황금기.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재미나다. 그리하여 내 육아 라이프를 더 확실하게 즐겨보련다. 아이들이랑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다니도 싶은 곳도 많다. 진심으로 목적 없이 같이 놀고 싶다 :)


“육아 몰입”


못다 한 신체지능 전두엽 발달 중임.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분비 팍팍. 배우고 싶은 열망 충만. 열심히 놀고 열심히 기록하자.



생각을 살짝 바꿨더니 내 하루가 확 달라졌다





육아하면서 뇌 능력이 많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는데 리얼이었다. 자료 공유한다.


출산 후 어머니들의 양육 활동이 유아의 두뇌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하는 것이 비단 유아의 두뇌뿐 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출산과 뒤이은 양육 과정에서 여성의 뇌가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0년에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뇌는 출산 이후에 크기가 소폭 증가한다고 합니다. 크기가 확대되는 영역은 시상하부, 편도체, 두정엽, 전액골 피질이며 이 영역은 주로 감정, 추론, 판단, 지각, 그리고 보상행동을 통제하는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출산 후 유아에 더 애착을 보이는 여성일수록 뇌의 크기가 더 많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출산을 겪은 여성의 뇌가 커지는 현상은 양육 기술의 발달 과정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효과적인 육아 활동과 관련된 감정, 추론, 판단, 지각, 보상 행동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발달하면서 여성은 더욱더 육아 활동에 매진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유아의 생존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물론 뇌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과 양육 기술의 발달 간의 정확한 인과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뇌의 크기가 커지는 이유는 에스트로젠, 옥시토신, 프로락틴과 같은 호르몬의 증가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라이브 사이언스)

출처: 페퍼민트 뉴스
원본: How Motherhood Changes the Brain By Linda Thrasybule. Live Science




여성은 출산 육아로 뇌 가소성의 기회를 한번 더 갖는다.  열정육아는 보답받는다. 나의 첫째 아이 부족했던 나 자신. 정말 잘 자랐어 쓰담쓰담.


이전 13화 글로 육아를 배워 불행의 대물림을 끊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