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옆에서 항상 보고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 헬렌의 관심은 해바라기, 고양이, 매미, 여우 등 꾸준히 생물이었다. 그래서 생물 류에 몰입하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아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도 관심 있게 봤다. 안정기 전 힘들 때 기준으로, 헬렌이 미술 영재의 성격 특성 - 고감수성, 극감각민감, 사람회피 등 - 에 99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관련 서적을 통해 알게 되었다.
34개월 헬렌 작품들. 왼쪽 위부터 사랑한단다/우리 가족/놀이터 친구들/눈오는날
영재 발굴단도 찾아봤다. 그런데 미술 영재와 비교했을 때 2프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 미술 활동에 몰입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그림과 만들기는 설렁설렁. 그마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자연과 생물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헬렌 32개월 이후 대 안정기가 시작되며 새로운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끝없는 역할놀이를 한다. 모든 말은 대화체. 내가 잠깐 못 해줘도 혼자서 묻고 답하고 끝이 없다. 또래 놀이도 계속 더 고차원적인 상호작용을 원한다. 일대일에서 단체놀이를 좋아하게 된 것.
사람을 좋아하게 된 과정도 특이하다. 상호작용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또래에 관심이 생긴 케이스다. 아이들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하길래 친구에 대해 물어보니 친구에겐 아무 관심이 없어 놀란 적이 많다. 상호작용이 너무 재미있나 보다. 당연히 상호작용이 가능한 높은 연령대의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놀 때 끊임없이 대화하고 상호작용 하려 한다. 웃긴 건 하여튼 그렇게 놀다 또래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역성장이 신기했다.
생물 류를 좋아하는 것도 이제 알 것 같다. 헬렌은 상호작용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자연물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가.
왜 뭔가에 몰입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요즘이었다. 자극 추구를 하는데 왜 몰입은 아닐까.. 그런데 내가 이 큰 카테고리를 이제 깨닫다니! 왜 인지적 차단적 몰입만 몰입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 사실을 깨닫고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은 듯 기뻤다. 모든 질문의 답이 나온 것 같아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헬렌은 선천적 후천적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그 성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허나 하루 종일 엄마를 달달 볶고 그에 화답해준 엄마가 있다면, 다른 아이들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상호 작용을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로 인해 또래에 관심을 가지는 이런 역 발달의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연관되어 사회성도 발달할 것이다. 윌리엄 시어스 박사의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에서도 주양육자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아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나와있던 것이 기억난다.
상호작용에 몰입하는 아이. 자신의 모든 힘듦을 엄마에게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풀던 아이가 그 기질을 이렇게 풀어내는구나. 지형범 선생님이 이런 아이는 몰입을 해야 엄마가 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상호 작용의 몰입인즉슨 최소 꼭 한 사람이 필요한 것. 난 이제부터 헬렌에게 일정 시간 사람을 한 명 붙여주려 한다. 헬렌의 욕구를 풀어줄 놀이시터, 방문미술, 기타 돌보미 선생님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기관 선택할 때도 헬렌이 바라는 상호작용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헬렌 34개월.
+ 이 사실을 깨닫고 방문미술 놀이시터 등 질 높은 상호작용을 해 줄 엄마 외 사람을 붙여주어 많은 발달을 이뤘다. 44개월 헬렌은.... 놀이터 에이스로 거듭남 ;) 역시 상호작용 몰입 성향이 유지되고 있다.하여튼, 이렇게 자라는 케이스도 있다고 올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