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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Nov 21. 2024

이제 혼자 자는 거니..?


두 딸의 침실에 2층 침대(정확히는 아랫칸을 서랍처럼 넣었다 뺐다할 수 있는 슬라이딩 침대)를 장만해 주고 수면독립을 시도한 시기가 있었다. 결과는 실패. 아이들이 거의 매일밤 새벽에 깨서 안방으로 건너오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만 것이다. 그 이후론 그냥 처음부터 안방 침대에서 나와 자매가 함께 잤다. 남편은 야근이나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는 날도 잦았고, 술냄새 풍기면서 코까지 고는 덩치 큰 어른 한 명보다 작고 귀여운 어린이 두 명과 함께 자는 편이 낫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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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보리의 키는 130cm, 여덟 살 담이는 120cm. 나는 170cm. 우리 마른 체형인걸 감안하더라도  한 침대에서 잠자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아이들은 잠든 상태에서도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밤새 수차례 깨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최근까지 우리 셋 꼭 붙어서 같이 잤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내 품을 파고드는  보들보들하고 사랑스러운  어떻게 뿌리친단 말인가.



때때로 나는 아이들이 나랑 함께 자길 원한다는 걸 이용했다. 자매가 싸움박질을 한 날이면 "오늘은 너희들 방에 각자 침대에서 자!" 하고 벌을 내리는 식으로. 그럴 때면 자매는 울상이 되어서는 희들 침실로 삐죽삐죽 들어간다. "그럼 자다가 깨면 엄마한테 가도 돼요?" 눈물을 글썽거리며 묻는다. 결새벽 두 시쯤 하나가 내 옆에 와서 눕고, 새벽 네다섯 시쯤 나머지 하나도 어김없이 안방침대 비집고 들어온다. 렇게 꽉 찬 침대에서 침내 쫓겨나가는 사람은 남편이다. 거실 소파는 그의 침대나 다름없었고. 엄마를 되찾은 딸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어젯밤에도 자매는 투닥거렸다. "어? 싸우는 거야? 오늘도 너희들끼리 자야겠네." 나는 엄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내심 오늘 나는 편히 겠구나- 하며 뻐했. 자매는 한참을 밍기적거리다가 각자 침대로 들어갔고, 늘 그렇듯 눕자마자 잠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새벽에 오지 않았다. 웬일로 밤에 안방으로 엄마를 찾아오지 않은 거지? 



아침 7시.

잠에서 깬 보리는 개운한 기지개를 켰다. 담이는 아래층 제 침대에서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보리, 잘 잤어?

-응, 잘 잔 거 같아!

-자다가 안 깼어? 엄마한테 안 왔네?

-응 깼는데 귀찮기도 하고 해서 안 갔어.



귀찮다? 귀찮다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자는 기쁨을, 얘들이 어떻게 갑자기 알아버린 것인가. 나는 기쁘지 않았다. 밖에도 서운했고 뭔가 커다란 건이 쑥 빠져나간 것처럼 허전했다. 아이들에게서 벗어나 편히 잘 수 있기를 갈망해 왔는데. 이제 그날이 왔는데. 해방감보다 섭섭함이 먼저 밀려오다니. 스스로도 놀랐다. 더 이상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저 말캉말캉한 살결을 쓰다듬을 수 없는 것인가. 아이의 쌕쌕이는 숨소리와 따뜻한 온기. 샴푸냄새나는 정수리에 코를 대고 잠들던 밤들 이 아련한 억이 되는 것인가.

까만 밤 잠에서 깬 내가 허전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들 침대로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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