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가 해변을 뒤덮는다.
웅장한 리듬 속에서 서퍼들은 파도를 타며 자유를 만끽하고, 보리와 담은 모래성을 쌓으며 세상모를 즐거움에 빠져 있다.
토요일 오후 두 시, 가시마 히라시 해수욕장.
오늘은 남편의 회사 동료 우노상이 서핑을 가르쳐주겠다며 우리를 불렀다. 해맑은 웃음이 매력적인 우노상과 그녀의 남자친구 야스상은 우리 몫의 서핑보드까지 미리 준비해 놓고,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따뜻한 환대 덕분에 낯선 바닷가가 금세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어제 집 앞 잡화점에서 산 피크닉 매트를 모래 위에 펼쳤다. 그 위에 팝업텐트를 설치하고 안으로 쏙 들어가 햇빛을 피했다. 아이들은 이미 바닷물로 달려가버렸고, 남편은 서핑 준비 운동에 한창이다. 나까지 젖으면 뒤치다꺼리가 곤란해질 것이 뻔해, 오늘은 물놀이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 비치 발리볼에 열중하는 청춘들, 모래 위에 누워 태닝하는 사람들, 발만 담근 채 바닷가를 거니는 이들, 그리고 모래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까지. 세계 어느 해수욕장을 가더라도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자연 앞에서는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평일에는 근엄한 얼굴로 출근하거나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수영복 한 장에 모든 무장을 내려놓은 채 바다와 함께 논다.
저 멀리 내 남편이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처음 서핑에 도전하는 그는 쉴 새 없이 몰려드는 파도에 돈키호테처럼 맞서고 있다. 보드는 번번이 뒤집히고 몸은 고꾸라져 물속으로 사라진다. 어어 이번에는 일어서는가..! 싶으면 이내 풍덩—. 본인은 사뭇 진지하겠지만,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니 그저 희극적일 뿐.
어디선가 이런 말을 읽은 적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면 서핑을 하라.”
눈앞의 파도와 자신의 감각에 모든 주의를 쏟아야 하기에, 서핑은 온전히 그 순간을 살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파도에 오르기 위해 분투하는 서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말이 절로 떠오른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마다 생기가 가득하고, 파도에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보드를 끌어안고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순간순간에 몰입한 사람들의 표정이다.
서핑은 아직 멀었지만, 바다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실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무는 법을.
가시마의 파도는 오늘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