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필수템이 되어버린 환전 수수료 무료 카드의 시초, 트래블월렛
(4/28 퍼블리시했던 글을 아카이빙 차원에서 올립니다)
오늘은 해외여행 갈 때 필수템인 '환전 수수료 무료 카드'의 시초, 트래블월렛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트래블월렛
트래블카드 장점
1. 환전하러 가지 않아도 체크카드와 앱 하나만으로 환전 가능
2. 카드 수수료 없이 여행지에서 체크카드로 결제 가능
3. 여행 후 남은 외화를 수수료 없이 내 계좌로 환불 가능
트래블월렛은 정산과 결제 과정의 중간다리, 즉 브로커들을 없애 국제 정산 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소비자 결제] → [신용카드 회사] → [국내 은행] → [미국 중계 은행(씨티은행 등)] → [결제 브랜드사(비자 등)] → [현지 은행] → [가맹점] 총 7단계로 이루어져 있던 프로세스를 단순화했다. 사용자들이 트래블월렛을 이용해 여행지 식당에서 결제한다면, [소비자 결제] -> [카드사] -> [결제사] -> [가맹점]의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중간에 카드 회사에서 국내 은행으로, 다시 중계 은행 등으로 돈이 이동하며 환전에 드는 수수료를 제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환전 수수료에 대한 니즈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서비스의 등장에 트래블월렛은 해외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지금은 5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막혔을 때도 트래블페이에 온라인 해외 결제 시 수수료 0원을 적용하여 직구족들에게 선택받았다.
요새는 트래블월렛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앞다투어 트래블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 신한카드 '쏠트래블 체크', KB국민카드 '트래블래스 체크'까지.. 당장 서울 시내버스를 탈 때도 트래블카드 광고가 매우 자주 눈에 띈다. 일상에서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금융권에서 트래블카드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로 소비는 위축됐는데 해외 소비는 여전히 늘고 있다. 카드사들의 1분기 해외 이용액(개인)은 전년 대비 24.7%나 증가했다. 팬데믹 때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선 여객수도 실제로 150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나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악화된 수익성과 급증한 조달비용 등의 문제로 최근 2년간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트래블 카드는 수수료 혜택이 크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 이득이 맞을까 ? 생각했지만, 체크카드 상품이라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한다.
게다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은행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상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은행과 비용 부담을 나눌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 를 출시한 이후, 해외체크 점유율이 2.5배 이상 증가하여 무려 49%까지 확대되었다. 하나카드가 이런 쏠쏠한 실적을 낸 이후로 경쟁사들의 트래블카드 출시가 더욱 가속화된 상황이다.
한편 전통적인 카드사뿐만 아니라, 인터넷뱅킹인 토스뱅크까지 외환 수수료 전쟁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토스는 '평생 환전수수료 무료'라는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해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기존의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예치한도 없이 월 최대 30만 달러(USD)까지 환전할 수 있다. 비교하자면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는 총 26개국 통화에 대해 100% 환율 우대를 제공했지만 한시적 서비스였다.(3월 종료) 또한 여행 후 남은 외화를 다시 원화로 환전할 때 1% 수수료가 붙는다. 트래블월렛은 500불 미만은 수수료 무료이지만, 초과할 경우 2%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따라서 사용 편의성과 수수료 조건을 따져볼 때 사용자에게는 토스뱅크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출시 3주 만에 외화통장 신규계좌수가 60만을 돌파했다.
이런 트렌드를 보면서 전통적인 금융사도 아니고 인터넷뱅킹도 아닌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인터뷰에 따르면 내부에서 생각했던 수준보다는 거래액에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한다.
사실, 당장의 거래액이나 다음 분기의 전망보다도 회사의 지향점이 더 흥미로웠다. 트래블월렛은 토스 같은 금융 슈퍼앱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PaaS나 SaSS 형태로 B2B 해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중들에게는 여행필수템이나 직구템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트래블월렛은 VISA와 제휴하여 지불 결제 분야의 IT 인프라 및 시스템을 100% 클라우드에 구축한 기업이기도 하다. AWS를 기반으로 지불결제 분야에서 고객사의 IT 인프라를 운영, 관리하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가 트래블월렛과 손을 잡고 환전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업계인 만큼 인프라가 핵심이다. 복잡한 금융 인프라를 클라우드 공간에 옮겨 이를 운영하고 관리한다면 고객사들은 서버 구축에 드는 높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운영에 있어서도 외화송금 시 환율 우대뿐만 아니라 카드 프로세싱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상황을 보면 우리카드를 제외한 다른 트래블카드들은 모두 자사 인프라를 활용한 카드를 내놓았다. 토스는 평생 환전 수수료 무료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다. 트래블월렛이 당초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ISA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낮은 비용으로 효율화된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불결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글로벌 고객사들에 유의미한 서비스가 될 것 같다. 그 B2B 솔루션의 임팩트에 대해 소상히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짧은 분석을 줄인다.
참고자료
카카오뱅크, 트래블월렛 손 잡고 신규 외화서비스 선보인다
글로벌 결제 및 IT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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