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1
봄에 하고 싶은 일? 물음표를 그리며 생각에 빠져봅니다. 그러다 방점을 두어야 할 곳이 ‘봄’인지 ‘일’인지 몰라 또다시 생각에 빠집니다. 봄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야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곱씹을수록 멋진 일들은 아닌 것 같아 손가락으로 두피를 통통 두드려 봅니다. 그러다 홀연히 떠올랐다 사라지는 당신을 붙잡아봅니다.
고동색 가을 외투를 벗지 못한 채 ‘너도 늙었다’ 하는 표정으로 당신이 서있네요. 하필 가을에 사는 당신이라니 봄이랑 안 어울려 고개를 휘젓다가 두피 마사지를 한 건 나니까... 해마를 탓하며 참습니다. 하나 봄이랑 당신은 영 어울리지 않아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게 글이 될 수 있을까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집니다.
나는 당신이 버린 이 세상에 살아서 올봄에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하고 흩날리는 벚꽃이나 노오란 개나리를 보며 ‘예쁘다’를 남발합니다. 그뿐인가요. 딸아이의 통통한 두 볼을 더듬으며 푸르러질 초록과 뜨거운 여름까지 상상합니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상상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물어도 대답이 없는 당신이기에 봄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건 내 몫이겠지요.
결국 봄에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다가 나는 여름을 맞을 것 같습니다. 무슨 청승이냐며 당신은 나를 나무라겠지만, 나는 너무 짧은 이 봄과 빨리 가버린 당신을 탓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짐해봅니다. 올봄에는 우리가 좋아하던 잡채를 싸 들고 (가루가 된)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_
아마도 그 길은
‘예쁘다’를 남발하는 봄 소풍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