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해가 되면
괜히 뭔가 시작해야할 것만 같고,
또 뭔가 끝내야할 것만 같다.
꼬박 9년이라는 시간,
매해 다짐하고 반성했던 날들은
희미해지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느냐며
나에게 보내는 앙칼진 호통에
금세 마음이 멍들고 만다.
수십 년 전에도 수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매일
찬란한 나이를 한 움큼씩 먹고 있다.
좋은 것만 골라먹을 수 없다.
때로는 쓰고 힘든 맛도 견뎌야 하고,
눈물겹도록 짠맛도 거침없이 삼켜야 한다.
분명 기억나지 않는 순간에도
골고루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나이다.
그러니 이번엔 차디찬 호통 말고
따뜻한 마음 한 잔 건네보자.
오늘도 여전히 나이를 먹고 있는
찬란하게 빛날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