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특별한 오늘
어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마주할 때면 구름 대신 아쉬움이 둥둥 떠다닌다. 푸근한 게 매력인 뭉게구름이 그립고, 몽실몽실 양떼구름이 생각난다. 털 구름의 가냘픈 모습도 연이어 떠오른다. 구름 없는 하늘은 크림 없는 붕어빵 같다. 세찬 비를 몰고 오는 시커먼 구름이라도 있는 게 좋고, 햇살을 가리는 흐린 구름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미완성인 하늘이 완성작으로 탄생하는 건 구름 덕분 아닐까?
매일 보는 하늘이지만 구름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듯 내 일상도 마찬가지다. 가지각색의 모양을 보여주는 구름처럼 나도 매 순간 다른 나를 만난다. 예전에는 고정된 자아 하나만을 지키는 것이 멋인 줄 알았다. 생각과 행동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려 했고 그 안에서만 헤엄치려고 했다. 하지만 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변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과거의 나에게 갇혀 살기에는 너무나 다이내믹한 세상이니 말이다.
구름의 속도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구름의 움직임은 볼 때마다 다르다. 어떤 원리인지 궁금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때도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뚝 솟은 바위처럼 그대로 멈춰있을 때도 있다. 구름처럼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원하는 속도로 오갈 수 있을 때, 나는 행복하더라. 곰곰이 생각에 잠겨 한동안 느리게 지내다가도, 무언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가만히 서있으면 저절로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데, 좀 더 빠르게 가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에스컬레이터 이용수칙에는 어긋나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룰은 내가 정하는 거니까. 매 순간 달라지는 내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려 한다.
구름은 저 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살펴보며 지나간다. 울적해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푸근한 모양새로 가만히 지켜봐 준다. 분명히 저 먼 곳에 있는데 내가 있는 육지까지 그 온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거겠지. 신나게 나들이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통통 튀는 모양으로 빠르게 움직여준다. 경쾌한 속도감이 아랫목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그러다 복잡한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말을 건다. 잠시나마 고민을 잊게 만드는 구름의 하얀 순수함에 반하기도 한다.
가을 하늘, 저 높이 떠 있는 구름이 옆에 있는 이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를 닮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눈치챈 것 마냥, 여전히 한 자리에서 나를 진득이 지켜봐 준다. 든든한 내 롤모델이여. 내가 원하는 삶을 영위하는 구름을 자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잠시 시간을 내 위를 올려다보기만 하면 그를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그래서 이번 생은 구름처럼 살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