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만한 흔적을 남기는 일
지금껏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한순간에 어그러지는 때가 있다. 스스로 괜찮다며 눌러왔던 작은 마음들이 어느새 역치에 가까워져 버린 것이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데 마음만은 다른 듯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힘든 마음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마음이 힘든 날이면 유난히 하루도 길다. 같은 24시간인데 어느 날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어느 날은 구름처럼 머무른다.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살이가 달라진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인생은 왜 이리 더디고
희망이란 왜 이리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중에서
내 인생에서 '나'는 가을 하늘의 풍성한 구름처럼 눈에 띄게 남아있고 싶다. 그 시절의 내가 어땠는지 언제든 추억할 수 있도록,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도록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하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것을 남김없이 해보는 거다. 그리고 그 흔적을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순 없지만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건 내 자유니까.
구름처럼 산다는 건 때로는 선선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삶을 의미한다. 구름은 다양한 날씨를 만들어 낸다. 구름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은 모습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척박한 현실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차가운 공기를 포근하게 안아주기도 하는 그런 힘을 꿈꾼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간직하다가도,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만큼 침잠하기도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자신의 멘탈이 약하다며 자책할 것 없다. 그저 속상하면 속상 한대로 신나면 신난대로 감정을 받아들이면 된다. 울적한 마음이 오래간다면 자신을 다독여주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노하우는 삶의 경험치만큼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뚜렷한 목표는 동기부여가 된다. 아무런 지향점 없이 흘러가기만 한다면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뇌에 빠지기 쉽다. 작심삼일이 모이면 일주일 중 며칠은 뜻한 대로 살 수 있으니, 하루를 세상에 던졌다면 다음날은 다시 거두어오자. 던지고 거두는 나날이 조화롭게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월이 흘러도 과거의 내가 흔적을 남겨 각자의 자리에 남아있다면, 그 기억을 되살려 의미 있는 삶을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마음이 풀어진 만큼
마음을 다시 감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는 가야 할 방향을 보며
현재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보고
초심을 유지하도록 삶을 점검해야 한다.
- 문요한, <굿바이, 게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