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바젠(Wasen) 맥주 축제
매년 가을 독일 뮌헨에서 열린다는 옥토버페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대학생 때, 유럽은 고사하고 해외여행도 거의 해 보지 못했던 그때에도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 가면 거대 맥주잔에 담긴 정통 독일 밀맥주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된 유서 깊은 독일 요리에 곁들여 흥겨운 분위기에서 마실 수 있다고 들어서 진작에 버킷리스트에 넣어두었다.
한편으로는 대체 얼마나 맥주가 유명하고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길래 매년 대규모의 맥주 축제를 열고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지 궁금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독일에는 각 도시마다 도시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대표 브루어리가 있고 큰 도시에는 이런 브루어리가 많으며 거기에 더해 도시별로 각각의 특색을 가진 맥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뮌헨과 함부르크와 슈투트가르트, 베를린 모두 도시 고유의 맥주 맛이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 햅쌀로 지은 쌀밥을 처음 지어 먹는 날이었다는 유래가 있는 추석 명절처럼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9월 말에서 10월 초쯤 시작해 2-3주간 지속되는 매해 새로 생산된 햇맥주를 발표하는 맥주축제다. 독일어로 10월이 옥토버(Oktober)다.
이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옥토버페스트 비어를 비롯해 해당 도시의 각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자신들의 부스에서 판매하는데, 1L 잔에 담긴 마스비어(Maßbier)를 마시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독일인들은 이 축제를 매우 사랑해서 매년 축제 때마다 전통의상을 입고 적어도 한 번은 꼭 들른다. 사진 속 의상도 독일 전통의상으로, 디른들(Dirndl)이라고 부르며 15-20만원 선에서 적당히 좋은 옷을 구할 수 있고 고급품은 백만원이 넘어간다. 심지어는 H&M 같은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도 이 옷을 판다! 맥주 축제 덕분에 독일인들은 전통 의상을 우리 나라 사람이 한복을 입는 것보다 더 자주 입는다.
여기서는 가방에 든 짐을 죄다 꺼내서 검색요원에게 보여주고 폭탄감지기로 가방을 체크하기까지 해야 통과할 수 있다.
옥토버페스트에는 이동식 놀이기구가 설치되는데 술을 그렇게나 많이 마시고 저런 격렬한 놀이기구를 타도 괜찮은 걸까? 회전목마는 주말에 오는 아기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타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저 주전부리는 단 거 먹고 술 깨서 놀이기구도 열심히 타고 술도 더 마시고 가라는 의미로 파는 것 같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브루어리마다 자기 맥주만 파는 오두막을 따로 설치해 뒀는데 거기서는 보통 70-80년대 유행했다던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있다. 하지만 어떤 오두막은 완전히 클럽처럼 꾸며둬서 전자음악을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럽게 틀어두고 중앙에는 댄스플로어가 있는데 당연하게도 겉보기만으로도 위압감이 넘치는 경비요원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설령 옥토버페스트를 놓쳤다 해도 괜찮다. 10월의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몇몇 브루어리에서는 옥토버페스트의 분위기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뮌헨을 대표하는 유명 브루어리 중 하나인 150년 전통의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는 옥토버페스트에 판매되는 맥주와 음식을 똑같이 판매하며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모자란 좌석 수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합석해서 맥주를 핑계로 마치 매일 보는 이웃인 양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최대한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분위기를 구현해뒀다.
옥토버페스트 기간 동안 볼 수 있었던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에 나오는 로컬 브루어리 광고인데 저 다음 창에서 저 브루어리의 1L 마스비어 한 잔 당 3유로를 할인해주는 축제 전용 쿠폰이 나왔다!
Fürstenberg(브루어리 이름)는 당신이 축제에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Wasen: 슈투트가르트 맥주축제가 열리는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