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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예나 May 17. 2023

닛폰바시의 토요타 센추리

오사카와 교토의 거리 풍경

닛폰바시 브릿지(에도 시대에 건설된 아치형 석제 다리)에서 쿠로몬 시장으로 걷다가 운이 좋게도 3세대 토요타 센추리(Toyota Century)를 마주쳤다. 대충 긴테쓰 닛폰바시 역을 지날 때 즈음이었던 듯싶은데,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한국에서도 자주 보니 감흥이 없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다 센추리를 발견하고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토요타의 엠블럼이 아닌 봉황 엠블럼이 달린 쇼퍼드리븐 세단인 센추리는 토요타 공장이 아닌 관동자동차(Kanto Auto Works)의 히가시 후지(Higashi-Fuji) 공방에서 수공으로 생산된다. 센추리를 제작하는 공방에 대해 검색해 보니 대충 부가티의 몰스하임 아틀리에 같은 곳인 듯.

롤스로이스 팬텀이 떠오르는 건 기분 탓

센추리는 모델 체인지 주기가 긴 걸로 유명하고 이번 3세대 센추리는 20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를 단행했다. 그런데 1세대 센추리는 1967년에 출시되어 무려 30년 동안 판매하였다. 판매 대수도 소량이고 워낙 보수적인 걸 지향하는 자동차라 실러캔스(Coelacanth)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충 달리는 화석인가? 보수적인 일본 왕실과 재외공관, 또는 기업 총수 등이 주 구매 계층이다.   


2세대는 V12 자연흡기 엔진에 6단 AT였는데 반해 3세대는 V8 하이브리드 엔진에 CVT가 매칭되어 연비가 좋아졌는데, 가죽이 아닌 직물 소재의 시트를 사용하는 전통은 3세대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직물 시트는 가죽에 비해 관리하기 까다로울 텐데 아무래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줄 것 같다.


메르세데스 AMG가 아팔터바흐 공장에서 원 맨 원 엔진(one man-one engine)을 모토로 한 명의 마이스터가 수백 개의 부품을 홀로 조립해 엔진을 완성하 듯, 센추리도 차량을 수공으로 제작한다. 예전에 센추리가 생산되는 히가시 후지 공방에서 장인들이 망치와 끌 같은 도구로 차체를 직접 다듬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일일이 눈으로 보며 도어 단차를 맞추려면 고생 꽤나 하겠다 싶었다.

여전히 멋진 후면부

난 올드한 펜더 미러(Fender Mirror)가 달린 2세대 센추리 디자인을 더욱 좋아하는데, 상대적으로 2세대의 전고가 낮아 날렵한 느낌이고 일본 세단으로는 유일하게 V12 엔진을 탑재했었기 때문이다. 또 3세대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어 그 부분이 좀 아쉽다.


토요타 센추리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을 떠올리고, 렉서스 LS에서 S클래스의 실루엣이 보이면 판매량과는 별개로 브랜딩에 실패한 것 아닐까? 페라리 신 모델을 출시했는데, 애스턴 마틴과 쉐보레 콜벳 같다느니 말이 많다면 페라리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그만큼 희석되었다는 뜻이다.


현대차에서도 제네시스가 아닌, 내수용 플래그십 모델을 내놨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애초 내수 시장이 작고 무엇보다 현대 자동차 그룹은 팔리지 않는 제품은 생산하지 않으므로 불가능한 바람일 뿐.


과거 현대차에서도 몇 대 팔리지 않을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한 적이 있었으니, 최근 언론 기사가 난 것처럼 N 비전 74 Concept을 양산할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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