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으로의 초대
다시 씨앗을 심을 용기가 났다
시든 식물의 뿌리를 뽑아내고
거칠어진 흙을 고른 뒤
이름 모를 씨앗을 심는다
이름을 모르기에 관심이 필요하다
물을 며칠마다 줘야 하는지
어떤 온도가 적당한지
새싹이 돋아나고도 한동안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테다.
그러나 그러한 번거로움이
때로는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연약한 생명력이 손길을 요하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커튼이 걷히고
도심 속 외딴섬은 햇빛을 쬘 테다.
번거로운 돌봄의 행위를 애써 자처하는 일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