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으니 나갈 수밖에....
생각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낡은 음악이
잔뜩 저장된 휴대폰을
주머니에 꽂고
볕에 홀려 길을 나섰다.
이 모퉁이를 지나면
널 만날 수 있을까?
슬쩍 고개 내밀면
제멋대로 마음을 터트린 벚꽃만 날고
저 상점을 돌면
마주치지 않을까?
설레다 보면
내일 두렵지 않은 남자아이들만 와르르...
이만큼 생각해도
오래전 떠난 널
다시 보게 될 일 없겠지만
어쩐지 빈 걸음으론 돌아서기 싫은 봄날
흥이 사라진
낡은 음악만 한 바퀴 두 바퀴 맴도는데
봄에 태어난 널
봄날에 그리워하다
환한 봄꽃들이 갑자기 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