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총무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본전 뽑으면 대박이고, 욕 안 먹으면 다행이야'.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사람마다 인정 욕구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도 인사총무 업무를 맡은 초기에는 역시 그랬다. 이전 직장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며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했기에, 이직한 회사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열심히만 하면 칭찬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었다.
회사마다 인사총무를 부르는 명칭, 담당하는 업무의 종류나 역할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단순하게 보자면 회사 업무를 전반적으로 관리 또는 지원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담당했던 업무는 크게 인사관리와 총무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하위 업무가 상당히 많다. 인사관리는 급여, 근태, 연차, 4대 보험, 연말정산, 채용, 입/퇴사, 평가/보상, 노무관리 등으로, 총무는 행사/의전, 산업안전, 보건, 환경, 소방, 정보보안, 공무, 급식, 총무행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꼼꼼히 챙기지 못했을 때에는 여지없이 실수가 생겼다.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과정에 지장을 준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죄송하다 같은 말들을 아침 인사처럼 하고 다녔다.
명절이나 사내 행사의 준비 및 진행도 인사총무 담당자의 업무 중 하나다. 특히, 설과 추석에는 임직원들에게 지급할 선물 품목을 정하고, 상품을 구매하고,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까지가 나의 일이었다. 약소하지만 회사가 나름대로 직원들을 위해 진행한 이벤트였다. 기분 좋게 선물 받고 퇴근하면 될 일이건만, 어디서나 과속방지턱 같은 덜컹거림은 있기 마련이다.
그날도 선물을 나눠주고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러 부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는데, 한 선배 직원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이거 나는 잘 쓰지도 않는데... 누구 갖다 줘야겠다'. 악의로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말투가 그렇거나, 고맙기는 한데 말 그대로 본인은 잘 안 쓴다는 의미이거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물론 그 후에 곱씹어보고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지, 그때 당시에는 기분이 확 상했었다. '안 쓰면 안 쓰는 거지. 굳이 면전에 대고 왜 저런 말을 하지?'라며 속으로 욕을 했다. 칭찬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선물 준비하느라 고생한 사람한테 불평불만이 웬 말이지 생각하면서.
그때의 나는 많은 업무와 야근, 지시에 지쳐있어 신경이 날카로웠다. '맨날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게 일상인데 사람들은 왜 나한테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라며 마음속에 화를 장착해놓고 회사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칭찬은 무슨. 욕이나 먹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입사 초기에 뿜었던 의욕은 연기처럼 힘없이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일에 대한 목적의식도 사라지고, 일을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조차 사라졌다. 총체적인 난국,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종종 예전의 나를 되돌아본다. 잘했던 것, 못했던 것, 좋아했던 것, 싫어했던 것 모두를 떠올려본다. 칭찬에 관련된 것도 그중 하나다. 칭찬을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할 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우리는 대표나 상사, 동료로부터 인정받고 칭찬의 한 마디를 듣길 원한다. 다만, 칭찬은 '결과'에 대한 것일 때가 대부분이지 '과정'에 대한 것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 행사가 '실수 없이 매끄럽게 대표님의 마음에 쏙 들게 진행'되었을 때, 어려운 과제를 '잘' 해결했을 때 등 결과에 대해서 칭찬이 따라온다. 과정에 대한 노고는 (물론 내가 고생했다는 걸 대표나 상사가 알고 있어도) 잘 언급해주지 않는다. 결과로 말하는, 사회의 냉혹함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칭찬 따위는 애초에 바랄 수 없는 것일까?
사실, 칭찬은 바랄 수밖에 없다. 이건 본능에 가깝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제삼자가 보기에 결국은 잘 안 된 것이니까. 하는 일마다 잘 돼서 매번 칭찬을 받는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업무를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리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아 대표님께 혼이 난 적도 많다. 의욕이 있는 건 좋지만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중요하거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몇 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칭찬을 바라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비난은 언제든 따라올 수 있다고 각오한 상태에서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 한다.
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것이 불만스러워서, 노력한 과정조차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인사총무 담당자는 많은 업무를 다루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모두의 사랑을 받기란 어렵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에 결과에 집착했고, 칭찬을 갈구했다. 당신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열심히 하되, 결과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최선을 다한 자기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길 바란다. 최선을 다했다면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