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시도. 그러나 5프로가 부족하다
*영화에는 암수살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판 양들의 침묵, 쫄깃한 대사가 부족하다.
암수살인은 한국판 <양들의 침묵>이다. 즉, 외국에서는 한번 시도되었던 구성이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된 만큼 신선하다. 감옥에 있는 범죄자와 싸우는 것은 긴장감이 부족하기 쉽다.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안전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영화의 긴장감을 위해서는 더욱 악역의 연기와 두뇌 및 심리싸움, 그리고 대사가 중요하다. <양들의 침묵>은 대사가 매우 심오하고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 간의 심리싸움에 미묘한 기류까지 심어 재미를 더했다.(물론 조디 포스터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구조라 단점이 있으나 그만큼 한니발의 가치는 커진다)
* 암수(暗數)살인 : 은폐된 살인
암수살인에도 충분히 두뇌와 심리싸움이 존재하고 재밌다. 그러나... 쫄깃한 대사. 심오한 대사. 이것이 부족하다. 이것이 1프로다.
주지훈의 암수살인. 김윤석은 들러리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까지는 아니지만 주지훈은 악역을 꽤나 잘 소화해 냈다. 사실 주지훈은 악역이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지긴 했다. 반항기가 넘치는 눈매에 큰 키. 약간 사이코 같은 연기를 잘 소화해 내었다.
반면, 김윤석은 아쉽다. 김윤석의 톤은 한결같다. 이전에 봐왔던 김윤석이다. 침착하고 냉정한 어두컴컴한 하수구에 조용히 흘러가는 물과 같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 톤 앤 매너에 잘 녹아들어 가긴 했지만 좀 더 치열하고 간절함을 표현하던지 아니면 주지훈만큼의 카리스마를 보여 긴장감을 표현하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것이 또 1프로다.
한방이 없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것은 김윤석이 법정의 증인으로서 읊어내는 대사, 검사에게 하는 대사에 드러난다. 그러나 감독은 법정에서 김윤석이 암수살인을 파헤치는 동기를 말할 때 울림을 전해주길 의도했던 것 같으나 <변호인>에서 송강호의 대사에서 오는 울림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주지훈의 연기 중 어떤 것도 <프라이멀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의 표정변화, <마더>에서 김혜자의 춤추는 장면 등 소름을 돋아나게 하는 장면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이것이 또 1프로다.
전날밤까지 통화하다가 통화를 안 하는 것이 살인의 인과?
마지막 판결. 그 근거로 전날밤까지 통화하다가 통화를 안 하는 것을 살인으로의 인과관계라 했다. 과연 그 인과관계가 살인에 도달할 만큼 튼튼한 인과관계인가? 물론 영화는 사건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대부분이 납득이 되지만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이 부분을 극적으로 드러냈으면 조금 더 흥미가 더했지 싶다. 이것이 극 중 마지막 1프로다.
상영금지소송. 유족의 동의 없었음이 암수 될 뻔함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으로 2012년 11월 10일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감옥에서 온 퍼즐 암수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극 중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 사건의 피해자의 유족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 유족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제작사에서 사과를 하고 10월 2일에 신청이 취하되어 개봉은 하였지만 엄연히 유족을 무시한 제작행위이다.
극 중 김윤석이 "내가 피해자의 가족일 거라 가정했을 때의 참혹함으로 이러한 범죄는 수사되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제작사는 피해자의 가족과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뼈아픈 1프로다.
-2018년 10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