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소등됩니다.
몇 번이고 스위치가 내려가는 경험을 했다. 업계 특성이긴 하지만 매년 이맘때가 가장 바쁜 듯하다. 개인 저서 작업에 시간을 더 쏟았고, 더 많은 강의를 나갔다.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막바지인 데다 원래 하던 일까지 있으니 금세 피로가 쌓였다.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미처 다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마 이를 기점으로 생각의 변화가 조금 찾아오지 않았나 싶다. 그전에는 잠이야 죽어서 실컷 자는 거고, 놀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벌자는 생각이 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을 독려할 때 외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나 또한 그렇게 최면을 걸어 왔으니까.
그러다 함께 즐겁자고 조성한 자리에서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머릿속으로는 늘 다음에 찾아올 무엇인가에 압박을 받고 있다. 점차 사람들 간의 연대가 줄어들고 있고, 몸도 마음도 연소되고 있음을 느꼈다. 매년 이맘때가 가장 바쁠 시기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일의 열정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게 큰 차이다.
쉬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노는 게 별거겠냐만, 적어도 나는 일상에 막연함을 느끼고 고민이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 같다. 누구나 각자 자기만의 힘든 일이 있고, 자기만이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 언제나 이것을 나누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여러 생각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 고풍스러운 대화의 장이 형성되기도 하고, 나 또한 종종 머릿속 실타래를 풀 힌트를 발견한다. 품격 있게 소통하기. 내가 즐겁게 노는 방법이다.
얼마 안 가 머릿속 스위치가 내려가면, 머리를 비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싶다. 초심을 꺾을지언정 잠시 일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고,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재발견하고 싶다. 요즘은 비즈니스적인 대화만 늘어서인지, 지인과의 자연스런 대화가 점점 어설퍼지는 느낌이다. 그건 자신에게 너무 서운한 현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