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하루이틀 하는 생각은 아닙니다.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사랑하라."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이따금씩 감동을 주거나 개념적인 말을 종종 꺼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남긴 수많은 어록 중 하나다. 이 가수는 이 문구로 타투를 새겼고, 자신의 묘비에는 이 문장을 과거형으로 바꿔 새기고 싶다고까지 했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일, 사랑하지 않는 일은 지속성과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지 않겠는가. 일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통용되는 말일 거다.
일 이야기 치고는 감정적인 이야기가 될 듯하다. 제목에도 떡하니 박아놨지만, 요즘 일에 흥미가 한풀 꺾였다. 회사를 다녔더라면 '아… 퇴사하고 싶다'라며 품에 사직서라도 넣어뒀을텐데. 그렇게 투덜투덜대면서도 먹고 살려면 해야 한다는 현실에 재차 정신을 차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을 텐데. 사실 프리랜서도 별반 다르진 않다. 오히려 사직서 이딴 거 필요없이, 내가 일을 덜 하면 되는 노릇이다. 물론 그만큼 떨어지는 수익이 줄어드니 섣불리 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또 접어두겠지만 말이다.
값 싼 노동력그렇다면 왜 나는 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을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니 몇 가지 원인을 추측할 수 있었다. 우선은 때때로 하는 돈 안 되는 일이 원인 중 하나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치러지는 값어치는 낮은 경우다. 늘 페이가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매달 한번 이상은 꼭 이런 상황이 있으니 종종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무형의 가치라도 좋으니 들인 만큼 아웃풋이 발생해야 하는데, 괜히 손해 본 느낌이 든달까.
여기서 파생되는 게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다. 인간관계 또한 내가 생각하는 무형의 가치 중 하나기 때문에, 일하면서 원활하게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일을 하다보면 늘 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자신의 이익을 쫓으면서 서로 간의 간극이 생길 수도 있다.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갈등이 벌어지는 사례 또한 많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겠나. 그런 경우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았고, 어느덧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향으로 바뀌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슬프다. 20대 때의 나는 사람을 꽤나 좋아했기에…
내가 되었으면이럴 때마다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새로운 일의 탐색'이 있다. 흔히 취미를 갖거나 모임에 참여해 일상을 리프레쉬하는 것처럼, 내 구미를 당길 만한 색다른 어떤 것을 찾는 거다. 다만 현재의 일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방법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모든 걸 다 품을 수 있다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뭐… 잠 줄이고 시간 쪼개서 어떻게든 해야지.
요즘 너 때문에 잠이 많아졌어… 편두통 이녀석늘 마음 속으로 이런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앞으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머리에 먹구름을 씌운다. 금세 피로감을 느끼다 보니 요즘은 낮잠이 그냥 일상이 됐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맑게 해야 다시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싫증나고 지긋지긋하지만, 매번 때려쳐야겠다 노래를 부르지만 놓을 수 없다. 돈 버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러워지는 현상이겠지만, 예전보다 돈과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경우나 계산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인간관계가 많아진다. 누군가가 '너는 안 그렇냐?'라고 묻는다면, 부정하진 않겠다. 단지 이런 현상이 내게 싫증을 가져다준다면, 내게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단 의미일 거다. 그리고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너무 외로울 테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재지 않는 진실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또한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