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써지지 않아서

by RAM

첫 문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특히 요즘처럼 무수히 많은 글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 '조금 읽어보고 결정할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진다. 독자들은 첫 문단, 첫 문장만 읽고도 이 글이 내가 완독할 가치가 있는 글인지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영상의 섬네일만 보고 이 영상을 볼지 말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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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라는 말이 있다. 주로 마케팅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짧은 시간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구나 멘트를 뜻한다. 대충 예를 들자면, "30일 간 이거 한 알만 매일 먹고 20kg 뺐어요!" 같은 느낌이다. 다이어트 상품 관련 광고를 이 멘트로 시작하면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사실 요즘같은 사회적 인식을 생각하면 코웃음도 안 칠 수 있겠지만― 무슨 얘긴지 들어나보자는 심산으로 상품 설명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상품의 실효성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우선은 대상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는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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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과 글은 더더욱 이런 후킹멘트가 중요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요즘은 글쓰고 책내서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첫 문장에 얼마나 공을 들일지 의문이다. 첫 문장이 어떻든, 내가 관심있는 유명인의 책이라면 구매 욕구가 들테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고 온갖 책이 난립하는 현 시대에서, 질적으로 살아남을 책은 첫 문장이 가진 힘이 적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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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현대 소설.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무런 주제 없이 하나의 문장을 쓰라고 한다면 어떤 문장을 쓰겠는가? 아마 큰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문장을 구성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어떤 주제를 제시하거나 목적·목표가 뚜렷한 글을 위한 첫 문장을 써야 한다면? 하루가 꼬박 걸려도 무리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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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은 문장은 '독자의 시선을 휘어잡는' 문장,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생기는' 문장이다. 문장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첫 문장이 끌리더라도 뒤에 따라오는 문장들의 알맹이가 없으면, 독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거나 환불을 요구한다. 글쟁이로 살아남기 위한 나의 첫 문장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계획대로 써지지 않아도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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