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 Aug 03. 2024

첫 문장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써지지 않아서

첫 문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특히 요즘처럼 무수히 많은 글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 '조금 읽어보고 결정할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진다. 독자들은 첫 문단, 첫 문장만 읽고도 이 글이 내가 완독할 가치가 있는 글인지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영상의 섬네일만 보고 이 영상을 볼지 말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후킹멘트'라는 말이 있다. 주로 마케팅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짧은 시간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구나 멘트를 뜻한다. 대충 예를 들자면, "30일 간 이거 한 알만 매일 먹고 20kg 뺐어요!" 같은 느낌이다. 다이어트 상품 관련 광고를 이 멘트로 시작하면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사실 요즘같은 사회적 인식을 생각하면 코웃음도 안 칠 수 있겠지만― 무슨 얘긴지 들어나보자는 심산으로 상품 설명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상품의 실효성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우선은 대상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는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다.

요즘 책과 글은 더더욱 이런 후킹멘트가 중요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요즘은 글쓰고 책내서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첫 문장에 얼마나 공을 들일지 의문이다. 첫 문장이 어떻든, 내가 관심있는 유명인의 책이라면 구매 욕구가 들테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고 온갖 책이 난립하는 현 시대에서, 질적으로 살아남을 책은 첫 문장이 가진 힘이 적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첫 문장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현대 소설.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무런 주제 없이 하나의 문장을 쓰라고 한다면 어떤 문장을 쓰겠는가? 아마 큰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문장을 구성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어떤 주제를 제시하거나 목적·목표가 뚜렷한 글을 위한 첫 문장을 써야 한다면? 하루가 꼬박 걸려도 무리일 지도 모른다.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은 '독자의 시선을 휘어잡는' 문장,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생기는' 문장이다. 문장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첫 문장이 끌리더라도 뒤에 따라오는 문장들의 알맹이가 없으면, 독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거나 환불을 요구한다. 글쟁이로 살아남기 위한 나의 첫 문장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계획대로 써지지 않아도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가 예술가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