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1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쿵푸 팬더” 1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 번 봤던 터라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볼만한 다른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감동은 무엇인가요? 전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특별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때려줍니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보이 눈 군요.
쿵푸 팬더 “포”는 최고의 악당과 결전을 앞두고 드디어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비법서를 펼칩니다. 그런데 비법서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텅 빈 종이일 뿐이었습니다. 낙담한 포는 악당을 피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국수의 달인 포의 아버지는 낙담한 포에게 자신의 국수 비법에 대해 말해줍니다.
“사실, 비법은 없단다.”
우리는 비법을 찾아 헤맵니다.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 뭔가 특별한 방법! 그것을 찾아 인생을 겁니다. 뭔가 기발한 팁 하나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실제 그런 사람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놀다가도 1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정도 비법을 행하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요리를 대충 해도 그 비법 양념 한 숟갈이면 최고의 맛을 낼 거라고 확신합니다.
음식점 창업을 위해 어떤 사람이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음식점으로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갔습니다. 하지만 주인 할머니는 다른 것은 다 알려줘도 비법만큼은 알려주지 않았죠. 어느 날 할머니는 주방문을 꼭꼭 잠그고 혼자 들어갔습니다. 이때다 싶어 그 사람은 문틈 사이로 몰래 엿보았죠. 할머니는 간장, 고추장, 된장 등등을 섞고 맛을 보고, 또 섞고 맛을 보고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방에서 나왔습니다. 할머니의 비법은 맛이 날 때까지 하는 고집이었던 것이죠. 한 방울의 마법 같은 비법은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를 보았던 지난날의 기억은, 쿵푸와는 어울리지 않는 뚱보 팬더가 노력으로 최고의 쿵푸 마스터가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틀린 해석은 아니죠. 그런데 왜 뚱보 팬더가 쿵푸 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노력만으로 다 될까? 역시 동화 같은 이야기야! 노력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치부되고 영화가 끝나면 잊어버리게 됩니다.
뚱보 팬더가 쿵푸 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쿵푸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비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법이 없다는 것은 어렵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 밖의 세상에서도 비법이란 것은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고요? 그건 “운”입니다. 세상에는 부자 되는 비법들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모두 거짓말인가요? 제대로 된 전문가의 말속에는 꾸준한 노력의 시간이 항상 첫 번째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팁은 그 꾸준한 노력의 시간이 지난 후 빛을 발합니다.
비법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쿵푸팬더에서 거북이 우그웨이 대사범은 왜 비법을 적어두지 않았을 까요? 그것은 한두 명의 악당은 제압할 수 있어도 그다음의 악당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법이 통하는 시대는 곧 지나갑니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 맞는 비법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죠.
자신의 소소한 행동과 생각들이 어쩌면 인생을 빛내고 있는 비법일지도 모릅니다. 남의 비법 말고 나의 비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