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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n 15. 2022

영화 매트릭스 1편이 최고인 이유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SF영화들 중 지금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요?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ET? 아바타? 저는 지금 “매트릭스”가 생각나는군요. 그것도 매트릭스 1편! 매트릭스 시리즈는 모두 봤고 요즘 나온 4편도 실망할 것을 알았지만 기꺼이 봤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1편 이외의 작품들이 점점 질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모든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거나, 오히려 2,3,4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이후 글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비평가들의 평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내가 재미있다는 영화들에게 비평가들은 혹평을 쏟아내는 경우가 자주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시리즈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을 빌리자면 거의 대부분 매트릭스 1편에 대한 칭찬뿐이더군요. 그냥 일반인인 저의 눈으로 봐도 매트릭스 시리즈는 1편이 독보적인 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매트릭스 1편이 최고인 이유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캐릭터 (iPad air 4, Adobe Fresco)

매트릭스 1편이 그 후의 시리즈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캐릭터 “모피어스”를 다루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 1편의 진짜 주인공은 모피어스입니다. 모피어스는 모두가 포기한 것을 이루려고 하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자 그 신념에 갇혀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죠. 매트릭스 1편은 모피어스를 통해 모순적인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네오는 모피어스에게 인류를 구원할 “그”로 지목당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네오에게 말합니다. 네오는 그가 아니라고. 그 진실을 모피어스에게 말하려 하자 모피어스는 듣지도 않고 귀를 닫습니다. 결국 그런 어리석은 모피어스를 구하기 위해 네오는 억지로 “그”가 됩니다.


우리 인간은 이상향을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 거짓 이상향을 찾아내고서 맹목적인 신념에 빠집니다. 그 신념에 동의할지 반대할지 선택을 강요하죠. 모피어스가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들이미는 것과 같죠.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당신의 선택은?  (iPad air 4, Adobe Fresco)

매트릭스 1편에서 우리는 모피어스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봅니다. 모순덩어리의 우리, 즉 모피어스의 어리석은 행동은 운 좋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2편, 3편으로 갈수로 모피어스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모피어스는 배제가 되고 네오의 단독 행동이 주를 이루죠. 인간의 개입이 없어진 신의 이야기가 된 1편 이후의 이야기는 별 흥미가 없어집니다. 인간이 들어가지 않은 이야기는 그만큼 관심이 떨어집니다. 어느 평론가는 말하더군요. 2편, 3편에서 네오가 나오기만 하면 지루하고 하품이 난다고요.

영화 매트릭스 2의 장면중 모피어스 (iPad air 4, Adobe Fresco)

매트릭스 시리즈는 전체 시리즈가 평균 이상을 하는 SF의 수작입니다. 2편의 고속도로 추격신은 그 장면 하나로만 보자면 시리즈 전체 중에서 최고로 돋보이는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각 편에서도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영화 매트릭스는 1편으로 회귀합니다.


매트릭스는 온갖 종교와 철학이 난무하는 용광로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1편의 해석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다채로운 영화 읽기의 재미를 안겨주는 보기 드문 열린 사고의 장입니다. 그런 이유로 매트릭스 1편의 탁월한 면모는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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