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인공 마리아가 가정교사를 하기 위해 7명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낯선 곳으로 향하는 시퀀스를 좋아합니다. 거기서 부르는 노래 “I Have Confidence”도 매우 인상 깊은 음악이죠. 저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전체에서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그 장면이 주는 메시지도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용기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했더군요, “용기란 문제가 있는 자리에 머무는 능력이다.” 영화 속 주인공 마리아가 수녀원을 나와 7명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고 도망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정교사를 밥 먹듯 갈아치우는 악명 높은 7명 아이들이라는 난감한 문제를 마리아는 회피하지 않고 직시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자리에 머물죠.
그동안 저는 문제가 있는 곳을 애써 외면하고 조용히 그 자리를 피해왔습니다. “아이 몰라 몰라 어떻게 되겠지!”라며 문제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버리기 일쑤였죠. 우리는 문제가 있는 자리를 쿨하게 떠나며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담대한 행동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스스로 기꺼이 문제가 있는 곳에 머무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아직까지도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추앙되고 있는 명작입니다.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영화들 중 가히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이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만큼 이 영화에 대한 조롱과 평가절하를 하는 시선도 많이 있습니다. 그냥 한없이 행복하기만 하고 낙천적이라는 비판이겠죠. 그러나 영화를 자세히 곱씹어 보면 묵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입니다.
말썽꾸러기 7명의 아이들이란 문제를 피하지 않았던 마리아는 운수 대통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자식으로 맞이하고 부잣집 사모님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