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영화판에서 리메이크나 속편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사가 될만한 작품은 역시 흥행이 입증된 영화들이겠죠. 흥행 이력이 있는 영화들을 다시 한번 우려먹으려는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 것입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창작이 어려운 것이라는 반증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이야기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호하지만 가끔 리메이크가 기대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고소영", "임창정"의 1998년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지금은 "임창정"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지만, 그 당시 멀티테이너였던 "임창정"은 꽤 호감이었던 스타였죠. 배우 "고소영"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요. 그녀가 요즘 거의 배우 생활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캐스팅에서 더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배우로서 "차승원"의 거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연기는 좀 어색했지만 잘생김은 철철 넘쳐흘렀죠. 개인적으로 잠실 야구장에 야구 보러 갔던 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었습니다. 외야좌석이라 너무 멀어 무슨 영화촬영인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영화였더라고요.
이 영화의 리메이크를 바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봐도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평범합니다. 스타 여주인공과 소심하고 평범한 남자의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시기의 영화 "노팅힐"과도 겹쳐 보이네요. 그러나 장면 장면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지금 보아도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매우 독특한데요. 프로야구 심판입니다.
위의 장면은 주인공이 파울볼(?)을 외치는 장면입니다. 관중석 어디에 있는 여자 주인공에게 어필하기 위해 엄청난 목소리로 파울 콜(아웃 콜이었나?)을 합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 어지러워서 쓰러지죠. 그렇게 야구는 영화 속에서 재미있는 양념으로 제대로 맛을 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진짜 신스틸러도 야구와 관련이 있죠. 왕년의 야구스타였던 "김성한" 전 코치입니다. 연기는 정말 어색한데 없어서는 안 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전날 과음으로 힘들다면서 심판인 남자 주인공과 거짓으로 싸우고 퇴장당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퇴장당하면서 윙크를 보내던 그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프로야구와 심판이라는 소재를 참 잘 다루었습니다. 지금도 프로야구는 최고의 국민 프로 스포츠이죠. "김성한" 전 코치의 역할을 "이승엽"이라든가 "이종범"등등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판을 더 키워서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거 등장시킬 수도 있겠죠.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영화가 아니죠. 하지만 명작만 리메이크가 되라는 법도 없죠. 오히려 현재에 맞게 잘 각색한다면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우뚝 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