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얼마 전 시골로 좀 길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여행 현장에서 꼭 드로잉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죠. 자신감 있게 펜과 종이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마음먹은 것과 달리 만족스럽지 못하더군요. 그동안 야외드로잉을 꾸준히 한 나의 노력은 꽃피우지 못하는 것일까요? 실망스러웠습니다.
산책길에서 접하는 풍경의 모습들은 저를 편안하게 만듭니다. 그런 풍경을 드로잉 하는 작업도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나의 산책길은 그만큼 저에게 익숙함 그 자체입니다. 산책길 풍경을 그리면서 새로운 풍경도 잘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나의 그림 실력은 그저 익숙함에서 나오는 습관 같은 반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하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여행 가서 처음 접하는 풍경을 잘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던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풍경을 뚝딱 멋있게 그려내는 실력자들은 그만큼 엄청난 가지각색의 풍경들을 접하고 그려봤던 것입니다. 고작 산책길 풍경정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렇다고 산색길 드로잉이 쓸모없는 짓이었을까요?
산책길 풍경을 좋아해서 그림으로 옮기는 것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실력보다 즐거움이 우선인 저에게는 복잡한 이해타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풍경들도 잘 그리게 되겠죠 뭐.. 산책길 드로잉이 그나마 저에게 도움을 준 것은 새로운 풍경을 보고 펜과 종이를 꺼낼 수 있게 용기를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