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와 달리 날이 너무나도 좋았던 4월의 어느 날, 같은 학교에서 파견 나온 Y와 M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갈아탈 필요 없이 직행으로 향하는 이체에(ICE) 고속 열차에 오른 우리는 각자 챙겨 온 간식거리를 나누며 이른 아침의 한적한 기차 안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열차가 독일 국경에 다다를 때 즈음 안내방송이 길어졌다. '그냥 도착 안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나는 계속 음악을 듣고 나머지 일행들은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열차가 중간 역에 서고, 잠시 후 직원이 지나가더니 놀란 눈치로 "너네들 빈까지 가는 거면 앞 열차로 이동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복합 열차로 운행했으나, 국경에서 분리해서 앞 열차는 목적지인 비엔나로 향하고 뒤쪽 열차는 후진해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후 들은 내용이지만 반복해서 나온 안내 방송이 해당 내용이었다.
독일 열차 답지 않게 신속하게 분리를 마친 앞 열차는 정시에 떠나갔고, 이미 내렸을 때 저 멀리 떠나가는 기차를 우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1박 2일 김종민은 맛있는 국수라도 먹다가 낙오가 되었는데, 이거 참 어처구니없고 황당했다.
망연자실해 있는 학생 세명을 본 도이체반 승무원들(국경 지역에서 DB에서 ÖBB로 이관)은 고객 센터에 도움을 청해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센터에서는 관할 등 문제로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고, 60유로에 달하는 티켓을 구매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때에 젊은 역무원이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이 장면이 생각났었다. (C) KBS
우리의 사정을 들은 역무원은 다시 고객센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희망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좀 있다가 빈으로 향하는 ICE가 도착하면 아마 태워줄 수도 있을 거 같아." 전제 조건은 해당 열차 편 승무원의 허락. 우리가 가장 저렴한 티켓을 구매해서 원칙적으로는 유동적인 탑승이 불가하나, 한 줄기 희망이 생긴 셈이었다.
다음 열차가 2시간 정도 뒤에 오는지라 그냥 빠른 기차 편을 타고 갈까 고려를 했는데, 코블란츠 역에서는 해당 열차가 가장 빠른 기차였다(...) 승무원에게 말해보고 안 된다고 하면 티켓 사면 되는 거니까 모 아니면 도 아니겠는가. 셋이 낙오 기념주(?)를 마시며 다음 열차를 기다렸고, 열차가 도착하면서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앞선 기차와 마찬가지로 종점에서 업무 교대를 위해 모여 있는 DB와 ÖBB 승무원들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 혹시 우리가 아까 열차를 타다가 열차가 분리되는 바람에 놓쳤는데 이 티켓으로 이번 열차 탈 수 있을..." "당연하지,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어서 탑승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나라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엔나 시내교통권
적어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독일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냥 타는데 불시에 검표를 한다. 종이 티켓과 모바일 앱 QR을 받을 수 있는데, 기계에서 구매하는 종이 티켓보다 모바일 앱에서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므로, 여행 전에 Wienmobil 앱을 설치하여 알맞은 권종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구매 시 회원가입이 필요하므로, 이동하는 기차 등에서 하는 것을 추천!
가장 많이 하게 될 것이 데이 티켓 혹은 시간제 티켓인데, 데이 티켓의 경우 익일 새벽 1시까지 유효한 티켓이고, 시간제 티켓은 구매(활성화) 시점 기준으로 시간이 카운트된다. 비엔나를 오고 떠나는 시간을 잘 계산해서 맞는 티켓을 구매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