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 김지수의 한마디와 함께 우이도로 향하는 섬사랑 6호의 여객선이 바다를 가르지. 그리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 바로 영화 ’ 가을로‘의 시작이야.
영화 '가을로'의 매력은 삼풍백화점 붕괴의 안타까운 배경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아주 많이 보여주는 영화야. 신안 우이도, 영월 선돌, 평창 월정사 전나무 숲, 울진 불영사, 포항 내연산,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등등 알만한 곳들이 많이 나오지.
이렇게 많은 여행지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 백화점 붕괴 때 숨진 연인이 남긴 마지막 선물, 다이어리 때문이야. 다이어리 속에는 신혼여행지를 담은 여행지들이 지도 곳곳에 남아 있지. 숨진 연인의 남자, 그리고 백화점에서 숨진 연인의 다이어리를 받게 된 여자. 이 두 사람이 각자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이 그려지지.
아무튼 이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곳은 소의 귀를 닮아 붙여진 섬, 전남 신안군에 있는 우이도야. 영화에 등장하는 곳은 우이도의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모래언덕인데, 이 언덕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성촌마을, 남쪽으로 돈목마을이 자리 잡고 있지. 모래언덕과 돈목마을 사이에는 1.5km에 이르는 돈목해변이 아름답게 이어져.
모래언덕은 바람에 의해 형성된 건데 풍성사구라 불러. 특히 우이도 사람들은 모래가 산처럼 쌓였다 하여 산태라 부르기도 한대. 풍성사구는 높이 50m, 32-33도의 경사면을 따라 100m나 이어지는데 예전에는 이보다 훨씬 컸어.
오래전 풍성사구에 이런 얘기가 있었어.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 장가를 간다’는 말이야. 그만큼 모래가 많아서 많이 날아다녔기에 생긴 말일 거야. 또 우이도 아이들에게는 모래썰매를 타는 최고의 놀이터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었을 듯해. 부드럽고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거기다 바다 뷰가 있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었겠어.
풍성사구는 아주 오래전에 생성된 자연의 걸작품이야. 바람과 모래의 합작품인데 해수면이 상승하던 시기에 북쪽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모래를 밀어 올려 만들었데. 하지만 지금은 해수면 상승이 없는 시대인지라 전체적으로 침식작용으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인 데다 모래가 쌓이는 환경이 점점 좋지 않아지고 있어. 모래에 깃든 생명체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모래언덕의 자태도 점점 작아지고 있지.
그래서 지금은 풍성사구에 올라갈 수 없어. 2011년부터 보존을 위해 한시적으로 5년간 사람의 출입통제를 했었는데 지난 2020년에도 또 5년 연기해 2025년까지 출입금지가 됐어. 들리는 얘기로는 사람의 출입이 아닌 풍성사구 주변에 나무가 많아져서 모래가 쌓일 환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거야. 예전에는 추우면 불을 때야 해서 나무가 많이 베어졌고, 모래는 움직이기가 그만큼 수월했지. 근데 반대로 그런 환경이 변하니 나무는 숲을 이루고 그만큼 모래가 쌓일 수 없다는 거지.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이라 하면 조금 우스울까?
서서히 사라져 가는 우이도의 풍성사구, 영화 ‘가을로’에서 김지수가 안타깝게 바라보던 시선이 그대로 느껴져.
물 빠진 돈목해변에서 본 풍성사구
우이도 여행 팁 하나!!
우이도로 떠나는 배편은 목포에서 11시 반에 출발하는 게 유일해. 이 배는 주변 섬들을 돌아 돌아가는 바다의 완행선이라 생각하면 될 거야. 목포에서 출발하면 도초도를 거쳐 바로 우이도로 들어가. 그런데 우이도의 여러 곳을 차례차례 거쳐. 먼저 우이도 동쪽 진리를 지나 동서 소우이도를 들르고, 우이도 서쪽 돈목과 성촌을 거쳐 도초도에서 배는 1박을 해. 이튿날 도초도에서 출발한 배는 우이도 성촌, 돈목, 동서 소우이도, 진리, 그리고 다시 도초도를 거쳐 목포로 가.
정약전 선생의 적거지가 있는 진리에 짐을 풀고 하루를 묵은 뒤 이튿날 일찍 띠받너머 해변, 우이동의 최고봉인 상상봉을 올라 보고, 지금은 사라진 대초리 마을을 거쳐 풍성사구, 돈목마을을 둘러본 뒤 진리에서 나오는 배편을 타고 도초를 거쳐 목포로 나가는 일정도 괜찮을 듯 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행 이야기'는
마치 친구에 게 편지를 쓰는 듯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입니다. 편지를 읽는 듯 편하고 휴식 같은 시간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