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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Mar 18. 2024

모르는 일상

자주 길을 잃는다.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그 유조차 모른다. 감정을 알아가는 일. 그 감정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무언가를 위해 이토록 힘겹게 찾고 있는 걸까. 그 끝에는 뭐가 있기에. 이렇게도 일상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는 거 같아 하루가 고단하다. 해야 하는데 무얼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때는 누군가의 손길이. 말들이. 조언이 필요하다.


혼자 허덕거리는 하루는 아무 해결책도 찾지 못한다. 그저 그냥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데. 문장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질서 없이 돌아다니는 생각들이 어지럽고 산만하다.


무작정 아무거나 써보기로 한다. 이 방법밖에는 없다. 아무도. 누구도. 어떤 것도 이런 나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삶에 후회를 두어본다. 인연을 억지로 만든다고 그 인연이 내 곁에 머물까.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운명론적인 삶을 믿는 나에게 억지로 무엇인가를 두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 붙잡아 두었다고 한들 오랫동안 머물지도 않을 것을 안다. 매일이 생각 속에 갇혀 있다. 해결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어떤 글이든 쓰고 있다. 그 글 속에 하나의 문장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


'계획 없이 살아간다'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인생에 그리 애정이 없는 걸까. 닥치는 대로 사는 대책 없는 인생이려니 생각했다. A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A는 무계획을 실천 중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삶을 산거는 아니다. 그도 나처럼 일 년 계획을 세워 틀 안에서 바삐 움직였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계획은 실패라는 낙인이 찍혔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실패자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뭘 해도 안 되는 일상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자존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매일이 고통인 삶과 마주하고 알았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 보자고. 계획 따위는 개나 줘버리자고.


브런치북 공모전에는 올해도 꽝이다. 꽝인 하루가 하루이틀도 아닌데 여전히 적응이 힘들다. 작은 기대가 만든 희망이다. 희망을 가진 일상은 생기롭다. 그 싱그러운 일상을 위해 떨어질 줄 알면서도 또다시 도전을 외치고 있는 것인지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 작은 행동들이 어느 순간 커다란 결과를 안겨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세상은 어찌 어떤 모습으로 흘러 갈지 모르는 일이니깐. 그러니 여전히 무엇인가를 위해 허둥지둥 움직여 보는 거다.


아이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부의 일상은 아이들의 시간에 고정되어 있다. 누군가는 나 스스로가 만든 세상이라고도 말한다. 생각을 바꾸면 되는데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해서 아이들에 묶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란다. 그들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들을 두고 내 시간을 갖는다는 게 마음 편하지 않다는 걸 경험한 나다.


매주 토요일. 소설창작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을 혼자 집에 남겨두고. 몸은 강의실 안에 있지만 생각은 온통 집에 머물렀다. 혹여나 아이들에게 닥칠 온갖 위험것들에 대해 생각하느냐 집중하지 못했다. 이럴 거면 뭣하러 배우러 온 거지. 이도저도 안 되는 시간을 흘러 보내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그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를 생각해 보자고. 그렇게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나의 시간보다는 아이들의 시간이 우선인 세상을.


무기력한 일상을 마주 할 때면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주부라서. 아이들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 내가 빠져 있다. 모든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된 거라는 걸 알기까지 오랜 생각의 끝에서 가까스로 알야채린다. 주부, 아이, 시간이라는 단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없게 되면 그때서야 나에 대해 생각한다. 일상이 버거워지는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때는 무엇인가를 고칠 것들을 찾는다. 한없이 무겁고 쳐지는 일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나이기에. 삐걱대는 것들을 고치고, 고장 난 것은 버리며 그제야 나를 본다.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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