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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Feb 27. 2024

기분이 태도가 되는 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를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다. 그 말을 지켜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요즘 들어 부쩍 느낀다.


브런치에 써둔 글들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sns에 글을 올리는 것과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미숙한 나의 글이 책이 되어 나온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시간을 빌려 써야 하기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가끔은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많다고 매번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두려운 생각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오랜 생각 끝에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어리숙한 글들을 다듬어 나갔다.


책이 세상밖으로 나오던 날. 사람들의 반응에 기분이 태도가 되는 날들을 마주한다. 책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은 날은 기분이 좋아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들도 웃어넘겼다. '도움이 된다. 생각은 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했는데 다시 한번 실천할 용기를 얻고 간다'등 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책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 돈돈 하다 보면 피로해져요, 책 제목부터가 별로인데요,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말인가요?' 부정적인 말들에 기분이 우울해진다. 아이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뱉는 나 자신을 보고 흠칫 놀란다. 당황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안해진다. 이게 뭐라고. 남이 하는 말들에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이 라니. 아이들의 기분까지 망쳐버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책을 내지 말걸. 뭣하러 책을 내서 이런 소리까지 들을까. 스스로를 자책한다.


똑같은 글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글의 의미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글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읽는 이의 자유다. 좋고 나쁨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해 두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보라는 지인의 말에 생각의 다양성이라고 정의를 내려둔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나름의 방패 같은 것을 만들어 두는 거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으니. 그들의 생각도 인정하라는 거다. 그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건 이차적인 문제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정리해 두자. 부정적인 말들을 들을 때면 순간 기분이 나빠질 수 있지만 방패막을 견고히 해둔다면 상처는 그리 크지 않을 거다.


'돈'이라는 주제는 무겁고 차갑다. 유독 돈이라는 주제로 글을 쓸 때면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에 상처를 입는다. 나의 글을 곱씹어 본다. 여러 번 읽고 또 읽어 본다. 그들이 느낀 불편한 글이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 나의 글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긍정적인 사람들의 말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공감한 구절이 이 문장이구나. 도움이 되었다는 단락이 이 단락이구나. 하고 말이다. 잘못된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잘 된 곳을 찾는 일이 더 즐겁지 않냐는 친구의 말이 뾰족한 기분을 둥글게 만들어 간다.


둥글해진 기분으로 나쁜 말들을 마주해 본다. 무겁고 차가웠던 말들이 무덤덤해 보인다. 그리 사나운 말들이 아니었음을 알야채린다. 좋은 말만 듣고 싶었던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고심 끝에 낸 책에 싫은 소리 듣기 싫어 나만의 벽을 세워 두었다. '나쁜 말은 안 돼. 좋은 말만 들어와.' 그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기분이 별로니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별로고. 태도도 별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벽을 무너트린다. 자유롭게 드나드는 말들은 더 이상 무겁지 않다. 여러 말들 중에는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말들도 존재할 거다. 그 말들을 억지로 가볍게 만들려 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사라지기를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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