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티크 덴타이 크루즈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특별해지는 건 아닐까. 끝나지 않는 여행이 좋기만 할까.
음악소리가 공기에 부딪치고 사람들의 몸은 음악을 붙잡으며 선상위 시끄러운 불빛이 반짝였다.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태국의 야경을 구경하는 눈빛에는 그리움이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가이드가 왜 마지막 일정을 이곳 아시아티크로 정했는지 알 것 만 같았다. 짜오프라야 강 위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여행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넘치는 흥을 쏟아 냈고, 어떤 이는 잔잔한 물결을 따라 상념에 잠기고, 또 어떤 이는 마지막 태국의 야경을 담아내고 있었다.
"술은 당분간 안됩니다."
수술자국에 염증이 사라지지 않아 약을 복용 중이었다. 여행 내내 약을 빼먹지 않았다.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인데.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여름에는 달랐다. 텁텁한 입안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필요했다. 여행은 쓸모없는 용기를 내기 한다. 뭐 어때. 한잔인데 라는 생각에 맥주를 얼음이 담긴 잔에 따랐다. 기포들이 부딪치는 청럄감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첫 잔은 원샷. 두 번째 잔을 따랐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떠나 강으로 향했다. 우리가 첫날 갔던 왕궁이 보였다.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구나. 밤에 보는 왕궁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도 한번 봐서는 알 수 없듯이. 왕궁의 모습도 한 번으로는 모든 것을 담지 못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왕궁의 웅잠함은 시끄러운 음악을 잠시 멈추게 했다.
"여러분 이곳이 우리가 방문했던 왕궁입니다"
춤추고 노래하던 사람들이 모두 카메라 버튼을 눌렸다. 기억하고 싶은 풍경이었다. 간직 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왕궁을 지나자 다시 선상에는 노래가 흘렸고 사람들은 몸을 흔들었다.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지 못하는 나에게 흥을 즐기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몸은 들썩이지만 그들의 틈으로 들어갈 용기는 없다. 술기운을 빌려 한두 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지만 분명 후회덩어리를 안고 며칠을 끙끙 앓을게 분명했다. 저렇게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나면 얼마나 후련할까. 한 번쯤은 미친 듯 춤추고 노래해보고 싶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정말 미치거나 해야 하겠지.
두 번째 잔도 비었다. 한잔만 살짝 먹는다는 게 벌써 맥주 두 잔을 먹어 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맥주를 또다시 잔에 가득 채웠다. 마지막 잔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가 지나가는 자리에 강물이 지나갔다. 우리의 시간이 흘려 갔다. 여행이 끝을 향해 다가갔다. 음악소리가 멈추었다. 배는 떠났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이 다시 되돌아왔다. 미친 듯 춤을 추던 몸들이 하나둘 배에서 내렸다.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사 가이드들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둥글둥글 모여 동그란 마음들을 전했다. 우리의 패키지여행 팀들도 둥글둥글 모였다. 먼저 출발하는 팀과 후 출발 팀으로 나눠졌다. 우리는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처음 만났던 모녀팀과 후 출발팀에 섰다.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선 출발팀들과 인사를 나눴다. 1년 뒤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서로에게 던지며 우리의 다정했던 인연은 헤어졌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서 였던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뭉클했다. 어쩌면 우리들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서운함을 살며시 밀어냈다.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태국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는 방콕 야시장 아시아티크는 1,500여 개의 매장과 40개가 넘는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복합 쇼핑타운. 기념품과 수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구입하기 좋은 야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각종 먹거리와 트랜스젠더 쇼도 즐길 수 있다. 대관람차, 회전목마 등의 놀이기구도 자리해 아이와 방문하기 좋으며, 늦은 밤 시장과 '짜오프라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패키지여행 내내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면 이곳 아시아티크에서 모든 걸 구매할 수 있다. 공항에 가기 전 자유시간이 주어져 이것저것 담았다. 밤이 깊을수록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복잡한 곳을 벗어나 조용한 벤치에 앉았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곳 아시아티크에 모였다. 한국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한국말이 들리니 괜스레 반가웠다. 각자 원하는 기념품들을 사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녀팀과 함께 버스로 향했다.
우리의 여행 끝을 알리는 마침표가 흐릿하게 그려졌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는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