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orable Feb 01. 2021

미디어와 채식

채식주의자의 미디어 보기

채식 6개월,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까지 길게 채식을 할 줄 몰랐다. 

<아무튼 비건>을 읽고 나도 한 번 해볼까? 시도했던 채식이 벌써 6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한 달 하고 끝낼 줄 알았는데 스스로가 대견하다. (토닥토닥) 그동안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채식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며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동네에 채식당은 다 가본 듯하다. 하지만 완전 비건이 아니기에 나름 음식의 선택지가 많았다. 


사실 고기를 조금 먹긴 했다. 처음부터 무조건 고기를 안 먹어야지라는 마음보다는 가볍게 시작하려고 했기에 스스로에게 큰 규제를 두지 않았다. 옆에서 치킨을 시켜먹으면 한 두조각 정도는 먹고, 어쩔 수 없이 국에 들어간 작은 고기들은 최대한 가려먹었지만 그래도 내 입으로 고깃덩어리가 들어갔다. 한 번은 소고기를 구워 먹은 적도 있었다. 오랜만에 쌈을 싸 먹는 게 어찌나 맛있던지, 하지만 그 후폭풍은 다음날 화장실에서 나타났다. 하루 종일 배를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고기를 먹고 싶게 만드는 충동은 어디서 오는가, 밥 먹으면서 예능 하나 틀어놓고 본다. 요즘 딱히 재미있는 것도 없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항상 나오는 건 고기 먹방. 맛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누가 더 많이 먹나 대결하며 고기를 먹는 것은 당연한 진리로 나온다. 외국의 맛집을 찾아가도 고기메뉴는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그나마 재미있게 보던 <놀면 뭐하니>마저 산에 가서 고기를 치르르 구우며 화면 가득 침샘을 자극했다. 채식하는 나의 위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이 충동에는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치킨 광고를 보며 오늘 밤 치킨 각?을 외치고 고기 부위별로 모아놓고 숯불에 구우며 맛있다를 연발하면 주말 메뉴는 바로 고기각이다. 그렇게 우리의 소비를 자극하는 미디어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기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위기에서 우리가 어떤 소비를 해야 하는지. 강아지, 고양이만 애지중지 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동물권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일선에서 채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건 예능과 광고 등 미디어가 여전히 앞서고 있다. 


채식하는 방송도 생기면 좋겠다. 채식을 전면으로 내세우진 않더라도 고기 굽굽 하는 방송 그만 보고 싶다...

비건 먹방도 가능하다! 내가 채식을 실천하면서 느낀 건 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바람과 유행이 충분히 많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비건 메뉴는 선택지에 있어야지 장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발 그렇게 되길. 비건 먹방 프로그램이 생기는 그날까지. 코로나 아웃을 외치기 전에 지금 이 상황에 왜 오게 되었는지 발자취를 따라가서 고민해보자, 그리고 앞으로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이전글 대안학교 이야기#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