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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이슬 Jan 13. 2022

난이도를 정하시오 EASY? HARD?

경영도 게임도, 서툴다고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창업을 하게 되면 사장이 곧 직원이고, 실무자이다 보니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 참 많아 힘에 부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디자인을 하기에도 벅찬데 기획, 유통, 판매, 마케팅까지 총괄해야 하며 배송이나 전화응대가 조금만 늦어져도 클레임이 쏟아지니 다른 쇼핑몰들이 다 하는 CRM 마케팅이나 광고 홍보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을 것만 같죠.


나 홀로 창업하여 10명의 직원을 두게 된 지금까지 총 16년의 시간을 지치지 않고 '롱 런' 할 수 있었던 리슬의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글로 옮기기 전 '아, 이거 정말 영업 비밀인데...' 밝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러 번 갈등 끝에 글로 옮기지만, 읽는 분들은 "에이 별거 아니네"라고 하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에 부치면
난이도를 낮추면 된다.
혹시 모든 일의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설정하진 않으셨나요?


컴퓨터 게임을 시작할 때면 난이도를 고르라는 화면이 나옵니다. 초보는 페이스에 맞게 게임을 배워나갈 수 있고, 고수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쾌감을 얻게 되죠. 그리고 종국에는 어떤 난이도를 택했는지와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엔딩을 보게 됩니다. 


마주한 문제가 너무 방대하여 어디서부터 손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땐 설정값이 혹시 '어려움'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단순함'으로 대폭 낮춰 보는 겁니다. 게임 조작이 서툴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난이도 낮추는 방법 1 - 한 가지에 집중하기


황이슬의 최초 한복


처음 스무 살에 겁도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이자 오늘날 매일매일 파도처럼 밀려드는 업무에도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는 비결은, '바쁘지만 꼭 한 가지는 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가기로 했습니다. 덩어리째 엉겨 붙어있는 목표를 날짜와 시간 단위로 잘게 나누어 하나씩 처리하자고 마음먹었죠.


"내일 2교시 끝나고 점심시간까지 공강이니, 2시간 동안 중앙도서관에 가서 쇼핑몰 책을 찾아보고, 비용을 알아보자" 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쇼핑몰 관련한 책을 읽어보니, 쇼핑몰에서 물건을 팔려면 사업자등록이라는 것이 필요하더군요. 주머니에는 사만 오천 원이 전부였는데, 마침 사업자 등록을 낼 때에는 그 비용이면 충분했습니다. 

 

 "목요일 수업은 3시에 끝나니까 3-2번 버스를 타고 구청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집에 가야지"라고 다음 단계를 구체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수십 가지인 아이디어 리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면 한눈에 보기에도 힘이 부치지만, 딱 한 가지로 고치고 변화시킬 부분을 압축해내면 힘이 분산되지 않는 데다 몰입하게 되지요.

난이도에 따라 1개월~1년의 넉넉한 실행시간을 두고, 정해진 기간 동안 오로지 한 가지는 무조건 해낸다는 생각으로 실행하면 아무리 게으르고 더딘 사람이라도 그 하나는 해내게 됩니다.



난이도 낮추는 방법 2 - 쉬운 용어 쓰기

황이슬의 최초 브랜드 '손짱' 시절 


사업 -> '팔기'   

영업 -> '친해지기'

CS -> '고객의 이야기 들어주기'  


스무 살에 한복 브랜드를 창업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이어졌어요. "사업을 하려면 투자부터 받아야 한다",  "혼자서 어떻게 영업을 하려고 그래?" 등등... 어려운 단어를 들으니 마냥 전문가의 영역처럼 느껴져서 나 같은 초짜도 뛰어들 수 있을까? 더럭 겁이 들었죠.


순수하게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 입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에잇 까짓 거 쉽게 생각하자! 고 결심하였어요. 사업은 '팔기'로, 영업은 '친해지기'로, CS는 '많이 귀담아듣기'로... 

이해하기 쉬운 용어들로 바꾸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어요. 오히려 어려운 용어를 쓸 때 놓치기 쉬운 일의 '본질' 이 보였죠. (물론 사업을 '팔기'라고 말하는 건 패션 디자이너를 '미싱쟁이'이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무지하고 단편적인 표현이지만, 이번 브런치에서는 난이도 낮추어 바라보는 것에 대해 적고 있으니 부디 너그럽게 넘겨주세요.)


용어만 달리 썼을 뿐인데,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훨씬 단순해진다는 것은 아래 데이터랩을 예시로 설명해 드릴게요.


- '사업'의 연관어

썸 트렌드에서 '사업'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연관어

특정 단어에 대한 연관어를 보여주는 썸 트렌드 에서 '사업' 을 검색해 보니. 예산, 투자, 글로벌, 전략, 경제, 산업.... 뜨악, 하는 용어들이 펼쳐졌습니다.  

이 용어들은 처음 '한복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고 마음먹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며 저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던 용어들이기도 해요. 그럼 사업이라는 단어를 단순하고 쉽게 '팔기'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  '사업' 대신  '판매'를 생각하면... 


반면 '사업' 대신 '팔기(판매)'를 검색해 보니, 한결 결정하기 쉬운 과제들이 눈앞에 보이지요. 판매를 위한 계정을 만들고, 사진 촬영하여 업로드하고, 배송수단을 결정하고... 저는 '사업=팔기'의 예시를 들었지만, 스스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있다면 그렇게 용어들을 대체하며 일의 난이도를 낮춰보세요. 마케팅과 유통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난이도 낮추는 방법 3 - 솔직해지기


지난해는 사업이 급성장하며 리슬에게 역대급 '일복' 이 터진 해였는데 요, 한복에 대한 관심이 날로 급증하며 황이슬 포함 전 직원이 배송업무에 뛰어드느라 전화, 문의게시판 응대가 밀리는 총체적 난국을 겪었어요. 



고객님들께 혼날 각오로 솔직하게 "저희는 직원이 부족하여 배송이 느립니다. 죄송합니다" 고 말씀드리니 늦어지는 택배와 응대에 화를 낼 법도 한데 의외로 쿨하게 양해해 주셨습니다. 양해해주신 덕분에 새해 목표로 'CS개편'을 과제로 삼아, 차근차근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죠.


양해를 구하고 얼렁뚱땅 모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허둥지둥하며 패닉에 빠지지 말고, 매를 맞아도 일찍 맞자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상황에 대한 솔직한 설명을 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이죠. '솔직하게 말하자'는, 고객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중요한 키가 된답니다.







어려운 일을 마주하고 계시다면, 난이도를 낮추어 '쌩 초보' 단계의 과업부터 차근히 실천해 보세요. 

결심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90%입니다. 단순한 행동을 누구나 하지 않기에, 단지 꾸준히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종래에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특별함이 된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덕분에, 국무총리표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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