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 뎃생 숙제를 준비할 때 나는 시간을 꽤 오래 쓰는 편이다.
대략적인 구도 스케치에 2~3시간 정도 걸린다.
이후 명암을 연필로 그려 넣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꽤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렸다고 생각을 하고 마무리를 해도,
다음에 같은 그림을 스케치해보니 이전 스케치에 오류가 있는 것을 몇 군데 찾기도 한다.
하여튼 기초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는 편인데, 명암 스케치를 지나,
미술 시간에 색채를 입힐 때에는 오히려 과감해지는 편이다.
이번에는 보이는대로의 색을 칠하지 않고, 상상을 더해 봤다.
선생님께서도 그것을 보시고, 여러가지의 초록색을 배경에 얹으셨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은 얼룩덜룩한 색을 임의로 입혀주셨다.
대충 칠하는 것 같아보이는데, 완성하고 나면 보다 좋아보이는 그림이 되어서 신기했다.
나도 집에서 따라해봤는데 그것은 객기였다. 나는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전체적인 구도를 잡은 후 색칠을 해야 했다. (채색하면서 또 계획을 까먹기 때문에, 어느정도 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다.)
내가 집에서 다시 그려본 꽃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내가 아크릴 과슈를 준비해갔다.
하얀색을 올리고 싶은데, 자꾸 하얗게 칠해지지 않는 느낌이어서,
수채화보다는 조금 더 커버력이 있는 아크릴 과슈를 가지고 간 것이다.
선생님은 그 재료를 반가워하시며, 수채화랑 섞어서 배경을 칠해주셨다.
수채화만 쓰면 너무 여리여리한 느낌이 나서, 다른 재료와 섞어 쓰는 것을 추천한다는 입장이셨다.
(참고로 아무리 아크릴리아고 해도, 과슈 성격이 있어서 아크릴보다는 커버력이 떨어진다고 하셨다.
나 역시 일반 수채화랑 내가 가지고 간 아크릴 과슈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아크릴 과슈는 수채화에 비해 조금 더 석고같은 알갱이가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것을 느낄만큼 예민하게 재료를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덧붙이시는 말이,
수채화는 햇빛에 놔두면 색이 조금 더 잘 바래고 날아간다고 하셨다.
아크릴 작품이 조금 더 비싸게 팔린다는 팁을 주셨다.
갑자기 10월 말에 자치회에서 여는 작품 전시회 일정이 잡히며,
우리 학생들의 작품이 팔리기를 내심 기대하시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예전 학생 작품은 전시해놓았더니 팔렸다고 한다.)
대충 칠해주신 것 같은데 느낌이 꽤 좋다. 오래 미술을 하다보면 짧은 시간에 좋은 판단력이 생기는 것 같다.
참고로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배경과 꽃 마무리를 도와주셨는데,
아무래도 한 작품에 너무 오랜 시간을 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시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채색해주신 것 참고해서 위 보라 꽃을 다시 칠해봤더니 조금 나아졌다.
이제는 약간의 혼돈의 시기가 왔다.
여러 색을 쓰면 난잡해보인다 vs 여러 색이 있어야 다채로워 보인다
작품에 시간을 오래 쓰면, 당장은 티가 안나도 나중에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미술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vs 투머치하게 하는 것 보다는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등, 예술의 영역에 대한 고민이 약간은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다.
아!
다음에는 미디엄이라고 불리는 다른 재료들도 하나씩 소개해준다고 하셨다.
아크릴은 특히 보조제가 많은 느낌이었다.
선생님 설명을 들으니 그것들이 있으면, 천하무적이 되는 느낌인 것 같다.
역시 미술은 장비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장비가 좋으면 그림도 더 잘 나오나보다.
일단은 수채화용 픽사티브를 추천해주셨다. 작품을 완성한 후, 보관할 때 조금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라고 하셨다.
이와 함께, 미술도구를 보관하기 좋은 함을 발견했다.
선글라스 진열장/보관함이다. 구매해서 써보니 자잘한 용품들을 보관하기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