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일기에 꽃 등을 그려 넣어서 일기를 꾸민 느낌이었다.
그게 참 인상깊었다.
현대사회의 우리는 예쁘게 인쇄되어있는 메모지를 구매한다.
굳이 종이를 예쁘게 꾸밀 필요가 없다.
취향에 맞는 종이가 너무 많아서, 기성상품을 구매하면 되는 것이다.
박정희 할머니의 아기자기함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림일기를 써보게 되었다.
간단하게 꾸밀 것이라서 집에 20년은 방치되어있던 색연필을 들었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몇개의 문장을 적어 내려가니 물건이 조금 더 사랑스러워졌다.
나만의 특별한 물건이 된 느낌이었다. 색연필로 뭔가를 그리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느끼던 몽글몽글한 감성이 살아났달까.
그 이후로 나는 색연필을 자주 들었다.
일기를 쓰며 오늘의 감정이랄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든지 등을 그렸다.
일기가 조금 더 다채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줄글로만 써내려가던 일기는 다시 읽지 않았는데, 그림일기는 애정이 가서 다시끔 한 번씩 펼쳐보게 된다.
미술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색연필로 간단한 것을 그리거나, 어반 드로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일기는 많이 했어서, 어반 드로잉을 하게 된 적이 있다.
집 밖의 풍경이나, 집 안의 풍경은 식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싶지 않은 대상이었달까.
어쩌다 보니 눈 앞의 잡지가 들어왔다.
요즘에는 눈화장을 희안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것을 그리려고 잡지를 넘겼다.
아쉽게도 내가 찾는 독특한 화장이 이 잡지에는 실려있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의 화보 속에서 예쁜 색감이 담긴 사진을 찾았다.
그걸 배경으로 펜을 집었다.
아무 생각 없이 슥슥 선을 그렸다.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을 했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 나서,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하늘을 수채화 물감으로 슥슥 그려줬다.
모두 대충 펜질, 혹은 붓질을 했다.
이렇게 끝내도 되지만, 뭔가 이 그림을 내가 그린 이유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잡지를 오리기로 했다.
예쁘다고 생각했던 색감을 붙이고, 어울리는 색조합도 넣었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감성의 재질 표현도 저장할 수 있었다.
잡지 속의 그림은 생각보다 내가 그렸던 그림과 비율이 맞았다.
3주 전부터 시작했던 선긋기 연습도 도움이 되었는지, 꽤 선이 예쁘게 그려진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음을 느꼈다.
요즘엔 미술을 통해 잊고 지내던 감성을 느끼고 있다.
색연필은 그 매체 중 꽤 뛰어난 역할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