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한 패였다

by 박모카

한국에서 보고 왔던 모집 공고와 일하는 내용이 너무 달랐다. 참다참다 밴쿠버 에이전시 측에 상황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3주가 지났다.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에이전시와 연결되어있는 다른 기관에 연락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에이전시로 부터 연락이 왔다.


에이전시에서 전화하신 분은, 내가 정부에 결과보고서를 올릴 때, 서류를 검토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검토가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봐야합니까?'라고 물었다. 보고서에 올리면 안되는 내용이 있는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에이전시에서는 화를 냈다. 내가 네, 아니오로 대답하지 않고 자기에게 따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에이전시는 내가 임신한 것에 대해 오면 안되는 사람이 온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나랑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왜 이런걸로 화를 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는 억울했다. 너죽고 나죽자로 싸워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차근히 상황파악을 했다. 그들은 내가 알면 안되는 사실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란, 에이전시와 식당 사장님 둘 다를 포함한다. 내가 뭔가에 대해 정의를 해달라고 요구를 할 때마다 화를 냈다. 그들에겐 '계약서에 적힌 시간' 등 나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을 정부에 거짓으로 보고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적을 결과보고서에도 자기들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검토해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본인이 그 내용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구체적으로 결과보고서에 들어가야 할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에이전시는 '결과보고서 내용은 제가 봐도 몰라요. 다른 곳에 문의해봐야합니다.'라고 했다.


식당 사장님이나 에이전시가 나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내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죽고 나 죽자 식으로 정부에 신고를 해도,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하숙집에 이 에이전시와 식당을 거쳐간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들은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다른 일을 알아봤다고 한다. 개중에는 나보다 더 독한 사람도 있었다. 정부에 신고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에이전시와 사장님은 변호사를 끼고 법망을 잘 피해갔다고 한다. 그들은 사실 정부지원금을 부정적인 수단을 통해 타는 것 보다, 세금 신고 부분에서 더 큰 비리가 있을테였지만 이 역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고로 나는 이 곳에서 밖에 일을 할 수 없는 비자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이곳과 연계된 곳에서 비자를 대행해주었다. 그들은 비자대행료가 얼마나 비싼 줄 아냐며 으스댔지만, 사실 내가 스스로 비자 신청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일을 할 곳을 옮기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일을 시킬 수 있는 일꾼은 언제든지 널려있는 처지였고, 내가 일을 언제 그만두던, 캐나다 정부나 대한민국 정부에 무슨 말을 하던 상관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처벌받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쉽게 화를 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된 것이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에게는 아부하고, 자기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인정이 없는 사람들. 세상에 이런 세상이 있는 것은 또 처음 봤다. 사장님은 에이전시가 말하는 내용을 본인이 하나도 모른다고 했으나,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장님도 내가 뭔가를 물어봤을 때 그것을 숨기기 위해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었다. 캐나다에 오고 나서는 모두가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에이전시는 알고보니, 식당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우리를 보호해준다고 소개받았던 곳이었다. 한국에서 다른 기관 사람들이 '좋은 분이에요'라던지, '해외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 편이 되어주는 분이에요'라고 소개를 했던... 그 분이었다. 출국 전, 한국에서 오리엔테이션 겸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을 때가 있었다. 그는 2시간짜리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목이 아파서 10분만 하고 끝내겠습니다.'라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던 강연자이기도 했다.


여기서 소름 돋는 사실이 있다. 에이전시와 통화할 때, '저는 당신들이 식당에서 괴롭힘이나 차별을 받았을 때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괴롭힘이나 차별을 당한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반사적으로 '아니오'라오 했는데, 다행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은 아주 친한 사이였고,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며 공생하는 비즈니스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네'라고 했으면, 그는 바로 사장님한테 00이가 꿍꿍이를 벌이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연락했을터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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