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S Jun 19. 2023

동아리 리브랜딩을 위한 FGI 후기

참가자 모집과 가설 세우기

동아리의 올해 기수가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회원으로 활동하던 작년 이맘때의 나를 생각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장한 면도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본다. 동아리의 운영진이 되어 내년 기수에서 사용할 동아리 출석체크 앱 제작과 동아리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어설픈 경험과 실력으로 아직 대학생인 동생 디자이너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혹시 내가 리드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책임감과 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실력으로 많이 고민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이너와 개발 협업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의 두 프로젝트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는데, 동갑인 친구 한 명을 제외하면 나보다 한 두어 살 어린 친구들이다.

물론 나이는 절대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 내가 백수로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놀고먹던 동안 이 친구들은 성실히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실무 경험 이전에 필요한 베이스를 갈고닦고 있었을 뿐. 그럼에도 연장자의 부담감은 어쩔 수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일지언정 내가 포트폴리오를 제련하고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경험을 먼저 했기 때문이다. 딱 지금 이맘때 작년의 나는 내 생애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있었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졸업하는 이 동생과의 나이 차이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첫 회사 생활 이후, 거의 1년 가까이 쉬고 있는 지금.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UX 리서치를 위해서 FGI를 앞두고 있다. 마침 이 동생도 학교에서 HCI 학회(UX 디자인의 전신)를 하고 있어서 졸업 전시에서 FGI의 결과물도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때마침 나도 오늘 내 생애 첫 FGI를 앞두고 있다. 

FGI는 처음이기에, 계획은 다른 친구와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으나 참가자를 섭외하는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 친구의 졸업 작품에서 FGI를 혹시 했다면 어떻게 준비했는지 꼭 물어볼 생각이다.




이제 FGI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넘어가 보자.


이번 FGI의 목적 :

동아리의 리브랜딩


사전에 현 기수의 전체를 대상으로 동아리 활동의 10가지 항목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동아리의 여러 활동 요소들을 만족도 순으로 정렬할 수 있었다. 하위 요소들은 동아리 활동과정의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페인포인트일 것이다. 또, 리커트 척도 외에 주관식 항목을 추가하여 동아리에 대한 회원들의 인식과 건의사항을 함께 받아, 만족도 조사 상으로는 알 수 없는 불만족의 이유를 간단히나마 들어보고자 했다. 주관식 항목의 응답률은 높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대략적인 가설을 세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만족도 조사 결과


10개 활동 요소의 각기 만족도 평균을 산출한 결과, [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대한 가이드 ], [ 프로젝트 진행 기간 ], 그리고 [ 팀 구성 방식 ]의 요소가 가장 낮았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최우선 해결할 과제로 선정했다.

다음으로는 의외로 [ 친목활동 ]이 뒤를 이었고, 그 뒤로는 [팀 대 운영진의 소통], [파트 간 소통], [팀 내의 소통] 순으로 소통에 대한 항목이 만족도가 낮았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항목은 [ 공지 사항 ]과 [ 모집 과정 ]이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구덩이를 없애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조금 빗맞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다음 기수 운영진들과 함께 개선된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만족도 조사 결과를 크게 3가지로 그룹핑했다. 

불만족의 원인이 유사하거나 맥락이 비슷한 항목들이다. 셋 번째 그룹은 모호하긴 하지만, 다른 그룹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이거나 사소한 요소지만 만족도가 낮은 요소들이다.


첫째, 프로젝트 관련 요소.

둘째, 친목활동과 소통.

셋째, 이외 활동 요소.


만족도 조사 상으로는 불만족한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설을 세워야 한다.

나 역시도 운영진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이유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원마다, 또 파트마다, 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불만족/만족한다고 해서 그 이유까지 같지는 않다. 같은 요인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부분들을 FGI에서 발견해 내는 것이 목적이다.


FGI는 그 목적과 가설이 불분명한 경우 모호한 질문과 모호한 답변만이 오가기 쉽다. 따라서 가설을 명확하게 세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족도 조사 결과를 3가지로 분류한 이유도, 각 요소별로 가설을 구체적으로 세워보기 위해서다. 세워둔 가설에 대해서는 추후 FGI를 정리한 뒤에 글을 써보겠다.






모집단계 회고


시간 조율 방식

이 UX 리서치 프로젝트를 전체 회원에게 공식적으로 공지하고, 구글 스케줄이나 되는시간 등 스케줄링 툴을 이용해서 가능한 시간대를 자원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그러나 만족도 조사 시 서면으로 한 번, 디스코드 공지로 두 번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단 1명만이 지원했기 때문에 이 방법도 참가자를 늘리는데 큰 소용은 없었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한 번 섭외 완료된 대상에게 사전에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도록 하면 겹치는 시간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따로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늦게부터 모집 시작

FGI는 만족도 설문 바로 다음 주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너무 늦게 모집을 시작한 것이다.

가능한 한 이르게, 적어도 2주 전에 일정을 잡기 시작했어야 했다. 물론 너무 일찍 잡으면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므로 대기로 한 두면 더 잡아둘 순 있겠다. 아니면 아예 목표 인원수를 최소, 최대 각각 정해서 최대 인원만큼 확정해 둔다면 두어 명이 취소해도 최소 인원은 충족하므로 진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모집 방식이 디코 : 직장인들은 잘 안봄.

디스코드에서 섭외할 회원에게 각기 DM을 보내는 방식으로 모집했다.

확실히 개인 노트북 혹은 데스크탑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취준생 등의 회원들은 작업 중에 바로 DM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답장이 빠른 편이었다. 문제는 직장인들은 디코를 주간에는 확인을 잘 하지 않고 야간 취미 활동 시간에만 주로 확인을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몇몇 회원들에 대해서는 문자로 참가 가능 여부를 여쭈었는데, 문자라고 해서 딱히 더 빠르게 혹은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는 않았다.


목표 설명이 부실

FGI가 무엇인지, 뭘 하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 없이 무턱대고 시간 나냐고 물으니까 사이비 포교하는 느낌이 들었다. 노션 페이지 등 정리된 뭔가를 전달했다면 좀 더 확실히 궁금증이 생겼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FGI 시작 전에 설명을 드렸다.


섭외에만 시간을 너무 많이 씀

한 명 한 명 사실상 친밀도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오프닝 멘트를 쳤는데, 다행히 좀 친한 사람들은 금방 수락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멘트를 완전히 새롭게 치려다 보니 섭외 시간이 꽤 걸렸다. 콜드 메일이라도 쫙 일괄로 보냈으면 수락률은 떨어져도 섭외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겠지.




그래도 다행인 점을 꼽아보자면 그나마 안면이 익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섭외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얼굴을 서로 간략히나마 아는 사이에서 섭외를 진행했기에 거절을 당하더라도 상냥하게 거절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거절을 당한 불쾌감보다는 '나라도 그랬을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괜찮은 척 하지만 FGI 전날 밤, 긴장감에 아주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어쩌면 계속 거절 당해오면서 흔들린 멘탈이 주된 요인같다. 어쨌든 첫 FGI를 나름대로 무사히 마무리했고, 좋은 시간이었기에 다음에 유사한 상황에서 거절을 당하게 되더라도 '거절한 본인 손해지'라고 능청스럽게 넘어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두번째로 동아리에서 장소 대관비를 지원받는다는 점.

FGI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므로 장소를 2번 예약해야 했다. 개인 프로젝트였다면 팀원과 직접 감당해야 할 비용이었지만, 이번에는 동아리 리브랜딩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흔쾌히 지원을 수락받았다.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기


FGI를 마무리하고 같은 날 저녁.

작년에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지인들을 만나서 동아리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를 했다. 만족스러운 부분보다도 실망스럽고 아쉬웠던 경험들을 말하다보니 다들 너무 열 올릴 필요없다며 입을 모아 조언했다. 나의 노고를 이해해주고 경험에 기반한 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러나 사실은, 개인적인 5개년 목표 중 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동아리의 운영 방식을 경험해보려는 것이다. 이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에는 두 어개의 다른 동아리에서도 활동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런 모습이 성과도 없고, 내 여가 시간을 잡아먹으며 스트레스만 주는 일로 보일 수 있겠다. 나의 목표도 사실 모호하기 그지없어, 현재 취업이 대외적으로 최우선 과제인 나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황당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모임 이후, '내가 이 커다란 동일 업계인 커뮤니티 속에서 결정과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이 상황에 그저 중독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자각했다. 소위 책임없는 쾌락이 아니라, 대가없는 책임에 가깝다.

나만의 경험을 쌓고 돈을 벌기도 아쉬운 시간에, 그저 그 권력욕 하나로 불나방처럼 이 조직에 헌신을 바치는 내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던 것일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FGI가 내게 도움이 되는 경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내게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는데에 혹시나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저 그렇게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뒤풀이 갈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