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은 있지요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요즘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친구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하루를 부지런히 기웃거리며 지내요.
오늘 밤에 통화할 때는
무슨 얘기를 해야
이 친구가 지친 하루 끝에
웃으면서 잠들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누가 행복을 물어도
망설임 없이 설명할 수 있나 봐요.
이번 여름의 행복은
아마 다 그 사람 덕분일 거예요.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박선아, 책 읽는 수요일, 115쪽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파. 그럴 수 있다면 말이야, 너를 검지 손가락만 하게 아주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 속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고 싶어. 그러다가 힘들거나 지쳐서 마음이 찌무룩해진 어느 날, 널 꺼내 보면 힘이 날 것 같거든. 야! 생각만 해도 벌써 웃음이 나는 걸"
나를 작게 만들어서 넣고 다니고 싶다던 E와 나, 우리는 그렇게 쾌활한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이 꽉 찬 명동 거리를 인파에 끼여서 밀려가듯이 같이 걸었고, 시끌벅적한 피맛골의 허름한 어느 술집에서 밤이 늦도록 막걸리를 마셨다. 가까운 거리에 살 때는 흰쌀밥에 계란말이와 스팸만 있어도 밥이 꿀 맛이었다. 봄에는 꽃구경 간다고 함께 쏘다니고, 겨울에는 눈을 핑계로 자꾸 만났다.
500원짜리 지우개 살 때 하나 더 사서 주고픈 사람, 괜찮은 카페가 생기면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약속하는 사람. 크게 웃어도 크게 울어도 흉이 되지 않은 사람, 편의점 커피를 살 때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사는 사람. 무엇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옆에 있을 땐 망설임 없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 부러 애쓰지 않아도 반짝 빛나던 그런 시절, 인생의 여름이라는 시절.
당신은 지금 어떤 시절을 보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