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r Sera Nov 14. 2023

여름이라는 시절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은 있지요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요즘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친구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하루를 부지런히 기웃거리며 지내요.

오늘 밤에 통화할 때는
무슨 얘기를 해야
이 친구가 지친 하루 끝에
웃으면서 잠들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누가 행복을 물어도
망설임 없이 설명할 수 있나 봐요.
이번 여름의 행복은
아마 다 그 사람 덕분일 거예요.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박선아, 책 읽는 수요일, 115쪽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파. 그럴 수 있다면 말이야, 너를 검지 손가락만 하게 아주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 속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고 싶어. 그러다가 힘들거나 지쳐서 마음이 찌무룩해진 어느 날, 널 꺼내 보면 힘이 날 것 같거든. 야! 생각만 해도 벌써 웃음이 나는 걸"


나를 작게 만들어서 넣고 다니고 싶다던 E와 나, 우리는 그렇게 쾌활한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이 꽉 찬 명동 거리를 인파에 끼여서 밀려가듯이 같이 걸었고, 시끌벅적한 피맛골의 허름한 어느 술집에서 밤이 늦도록 막걸리를 마셨다. 가까운 거리에 살 때는 흰쌀밥에 계란말이와 스팸만 있어도 밥이 꿀 맛이었다. 봄에는 꽃구경 간다고 함께 쏘다니고, 겨울에는 눈을 핑계로 자꾸 만났다.


500원짜리 지우개 살 때 하나 더 사서 주고픈 사람, 괜찮은 카페가 생기면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약속하는 사람. 크게 웃어도 크게 울어도 흉이 되지 않은 사람, 편의점 커피를 살 때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사는 사람. 무엇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옆에 있을 땐 망설임 없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 부러 애쓰지 않아도 반짝 빛나던 그런 시절, 인생의 여름이라는 시절.



당신은 지금 어떤 시절을 보내고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견고한 응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