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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빛아래 Jul 01. 2022

애매한 재능

 우선 <애매한 재능>,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 같은 책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책이 출간된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어마어마하게 긴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살아가다보면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존경과 부러움 그 외에 복잡미묘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동시에 나는 어떤 부분에서 저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나는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두루두루 잘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그건 도태되고 싶지않아서 일단 벌린 일은 중간 이상까지는 끌어올리려는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데, 그러다 보니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나면 그 이상은 안 하게 된다. 이 점이 굉장히 애매하다. 사실은 재능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못하는 건 아닌데,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모호한 위치에 자리잡는 순간이 잦은 것이다. 


 특히나 과거에는 뛰어난 재능이 없다는 것이 곧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름이나 나이를 물어보는 횟수만큼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듣던 시대에서 자랐다. 그 시대에 재능과 꿈이 없다는 것은, 도전하지도 않았는데 실패를 맛보는 것과 같은 패배감을 주었다. 그리고 현재, 꿈에 대한 정의는 바뀌었다 아니 가치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무한도전에서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싶습니다"라는 박명수의 대사에 공감을 하고 열광한다. 


 어쩌다보니 재능에서 꿈까지 이야기가 확장되어버렸는데, 내가 생각하는 재능의 정의는 이렇다. 남들과 다른 개인의 특성이 곧 그 사람의 재능일 수 있다. 일명 '덕후'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 한가지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곧 재능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남들과 다른 나 자체의 특성을 '애매한'이라는 미사여구로 묶어두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얼마든지 재능이 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카페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재능이 매체에 소개될 수도 있고, 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재능이 책을 출간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럴싸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의 재능을 가지고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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