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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Aug 28. 2023

걸어서 칠레 산티아고 시티 투어 & 스카이 코스타네라

힐링데이로 계획했으나 쉴틈 없이 꽉 채워진 산티아고 정복기 2편!


*오늘의 글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ule8roXCYRE


오후 3시에 시작되는 워킹 투어에 맞춰서 약속 장소였던 국립박물관 앞으로 갔다. 날이 아주 쨍하고 더웠는데 멀리서부터 누가봐도 투어사 라고 생각되는 빨간 줄무늬의 티셔츠와 빨간색 우산을 든 키 큰 남자분이 우뚝 서 계셨다. 순간 만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라고 봐도 될 정도로 아주 눈에 띄는 인상이었다. 5분 정도 사람들을 조금 더 기다렸다가 투어는 시작되었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도시의 역사가 담긴 위치와 지형지물들을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영어로 진행되는 투어라서 다행히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말이 빠르시고 스페인어 발음이 짙게 베어 있어서 편안하게 듣기보다는 집중해서 들었어야 했다. 그래도 완전 스페인어가 아닌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략 1시간 쯤으로 예상했던 투어는 거의 2시간을 꽉 채워서 쉼 없이 진행됐다. 거의 대부분을 땡볕에서 이동하면서 듣고 일부 구간은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서 중간에 사실 이탈할까도 진심으로 고민했었다. 오죽하면 투어 중간에 잠깐 벤치에 앉았을 때 기절하듯이 깜빡 졸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있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역꾸역 끝까지 함께했다. 날이 가장 뜨거운 시간대라 중간에 정말 실신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미련스럽게 고집했을까 싶다. 그때는 아마 그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에 무리를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엔 영혼이 나간채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보니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투어가 끝나는 시점에 가이드분의 샌드위치 맛집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너무나 캐릭터 같으셨던 가이드분..!! 멀리서도 아주 눈에 잘 띄셔서 잃어버릴 일 없었네요.


배가 막 고프지는 않았지만 가이드 말로는 샌드위치 진짜 맛집이기 때문에 포장해서 나중에라도 꼭 먹어보라고 했으니, 별 수 없이 메뉴 하나를 포장했다. 가게 이름은 Jose Ramon 277! 스테이크 샌드위치라는 클래식 메뉴 중 하나를 콜라와 함께 포장했고, 인근의 Santa Lucia Park(Hill) 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먹는 일정을 계획했다. 메뉴가 나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오후 5:30쯤부터 목적지로 향했고 천천히 구경하면서 오르니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경사가 가팔라서 숨이 조금 찬 정도의 높은 언덕이었다.



정상에 올라서는 시내가 쫙 내려다 보였고, 공원은 생각보다 막 엄청 대단한 건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San Cristobal 공원에 비하면 아주 귀여운 수준의 크기 였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공원에는 6시까지 입장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지라, 서둘러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건 6시 이후여도 무관한 것 같았다.(산티아고 첫 날에 6시 조금 넘어 들어오려고 하니, 경비 같은 분이 입장 시간 마감되었다고 하여 못 들어갔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며 사진, 영상을 두둑히 찍고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아주 꿀맛이 따로 없었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에 스테이크 한 장이 통째로 들어가 있어서 맛이 참 좋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스테이크가 잘려있지 않고 통으로 들었다보니, 입으로 베어먹기에 불편한 감이 있었다. 신선한 아보카도도 잔뜩 발라져 있었고, 클래식 메뉴답게 토마토나 기본 야채들이 알맞게 들어가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딱 좋았다. 샌드위치라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맛이었는데, 그날 나는 그 메뉴를 인생 샌드위치로 선정했다.


아주 맛있었다! 인생 샌드위치~~


Santa Lucia Hill 전망대 꼭대기에서 셀카!


그렇게 투어 다음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코스타네라 센터 전망대(Sky Costanera)로 향했다. 근처에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정류장에 갔고 때마침 운 좋게 버스가 도착했으나 기쁨도 잠시, 그 버스는 나를 못 본건지 봤는데 무시한건지 그냥 냅다 지나가버렸다. 멈추려는 기세가 전혀 없이 같은 속도로 쌩하고 지나가서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상해버렸다. 구글 맵에서 추천해준 경로라 틀림이 없을텐데, 나를 봤던 못 봤던 승객이 있을지 여부를 보지도 않고 지나가버린 것을 보니 역시 여긴 남미구나 싶었다.(남미도 나라나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전체적으로 서비스 수준이 한국만 못하다는 인상이었다)


두 번 그런 일을 당할 수는 없으니 노선이 확실한 지하철 이동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덕분에 전망대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되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산타루시아 역에서 코스타네라 센터 인근 역까지 20~30분 소요되었다) 전망대에 입장하길 기다리면서 퍼뜩 이래저래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루를 거의 이틀처럼 알차게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참 대단하고 씩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적으로는 물론이고 사실 정신적으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낯선 땅에서 멀쩡하게 잘 돌아다닌다는 게 새삼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대견했다.


각설하고 코스타네라 센터에 올랐을 때는 오후 7:17쯤이었다. 그런데 웬걸! 여기는 완전 디제잉 파티 현장이었다. 행사가 있었는지 주류 브랜드에서 무료로 맥주와 와인을 나눠주고 있었고, 디제잉 음악을 즐기며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61층에서의 파티라니 꽤나 낭만적이었는데, 파티를 즐기기엔 체력이 이미 거의 고갈 상태였으나 알콜은 늘 환영이었기에 행사의 3가지 주류를 모두 조금씩 맛보았다. 61층의 사방이 뻥 뚫린 전망은 물론 아주 아찔했고, 시내 전체를 365도 각도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오금이 저릴만한 뷰였으나, 운 좋게도 나는 그런 두려움은 없기에 아주 원 없이 경치를 감상했다.


61층의 뷰 아주 굿! 산티아고 시내를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1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질리기 직전까지 눈과 카메라에 현장을 담았고, 더 이상 미련이 없겠다 싶을 때쯤 그 공간에서 나왔다. 아쉽게도 한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어서 버스로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멍 때리다가 내려야하는 정류장을 놓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곳에서 한참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야했다. 평소같으면 그것도 낭만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져서 얼른 숙소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또 가는 길에 감자튀김 맛집이 있다고하여, 배가 또 전혀 고프지 않은 상황에서 맛집의 맛이라도 보기 위해 잠시 들렀다.



그곳의 이름은 papachcos.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마감이 살짝 지난 시간이었는데 가까스로 나까지는 받아주셨다. 웨이팅 줄 서는 게 끝났다는 직원의 안내에 굴하지 않고, 간절한 설득으로 직원의 마음을 돌려냈다. 나는 아주 작은 감자튀김 하나를 먹을거고 이곳에 다시 오지 못하는 관광객이니 진짜 딱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겠냐, 고작 5분 밖에 안 지났다 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하니 그 마음이 통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30분을 서서 또 기다려야 했지만, 배가 이미 꽤나 부른 상태였음에도 맛있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많은 감자튀김을 다 먹었다. (이날 총 4끼 이상을 먹었는데 소화시킬 틈 없이 내 장기들까지 아주 무리했던 하루였다..) 토핑을 이래저래 추가할 수 있다는 게 이 집만의 포인트였는데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지금 내 상태에 너무나 과한 옵션이라서 선택하진 못했지만, 클래식 버전으로 화이트 소스만 있는 버전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감자튀김까지 야무지게 먹고나니 진짜로 산티아고의 모든 여정을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10시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나쁘지 않은 귀가 시간이었을 테지만, 이른 아침인 5시에 비행기를 타야하니 새벽 2시쯤에는 숙소에서 나가야하는 스케줄이었고 그러려면 1시부터는 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이 날은 정말 체력의 한계까지 쉼 없이 달렸던 것 같다, 내부 장기 중 소화계도 과하게 작동했으며, 마지막으로 잠도 거의 못잤던 최악이자 최고의 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까지 꽉 채워서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하루에 1개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 칠레 산티아고 3일차, 시내투어 정복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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